무산의 포수마을(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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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포수와 야수
군관 박사원은 의금부소속 정5품(品)의 관리였다. 그는 무산의 산림에 있는 포수마을의 실태를 조사하라는 특명을 받고 있었으나 그건 단순히 그것으로 한정된 임무가 아니었다. 무법천지라는 그곳의 질서를 바로 잡는다는 보다 큰 권한까지 부여되어 있었다.

박사원은 명문 무가(武家)출신이었으며 그의 움직임에는 무가의 명예가 걸려있었다.

그는 위험에 빠져있는 나무꾼들과 목수들을 구출해주기로 했다. 그들은 경복궁 재건에 필요한 용재들을 마련하고 있었다.

“나리 그곳에는 미친 범들이 설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포수 이경학이 말렸으나 박사원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이경학도 강원도에서 범과 표범등을 여섯마리나 잡은 포수였으므로 더이상 말리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들 일행은 바위틈에 만들어 놓은 잠복소에서 나왔다. 산림은 조용했다. 모든 짐승들이 깊이 숨어있었으며 그렇게 흔한 꿩이나 토끼도 보이지 않았다.

심상치 않았다. 정오께 앞머리에서 가고 있던 이경학이 멈췄다. 그는 긴장하여 지면을 손가락질 했다. 범의 발자국이었다. 엄청난 크기로 봐서 그곳 일대를 지배하고 있는 대왕범의 발자국이었다. 찍힌지 오래되지 않은 발자국이었다.

일행은 몸을 숨기고 발소리를 죽이면서 발자국을 추적했다.

얼마 안가서 이경학이 손을 들어올렸다. 범이었다. 강원도 포수들은 큰 범을 송아지만하다고 말했으나 그 범은 황소만 했다. 길고 거친 얼룩무늬 옷을 입고 있는 동북호였다.

범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 뒤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쪽에 신경을 쓰고있는 탓인지 다가서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범이 내려다보고 있는 산중복에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일곱명쯤 되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모두가 지쳐있었고 그중 한명은 다른 사람의 등에 업혀있었다. 범은 바로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거기 숨어있다가 기습을 할 것 같았다. 위험했다. 무산의 범은 사람의 수가 많아도 주저하지 않고 덮쳤다. 범은 수십마리나 되는 적록(赤鹿)의 무리도 덮쳤다. 적록은 먹이였으며 사람도 먹이였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웬사람들일까. 입고있는 옷으로 봐서 그곳에 살고있는 사냥군들이 아니었고 나무꾼들도 아니었다. 화전민이나 산골주민들도 아닌 것 같았다.

“나리 저들은 이 고을 관아에서 온 호벌대(虎伐隊)들입니다.”

서영감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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