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의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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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와 관련해 회자(膾炙)되는 우스개 소리가 하나 있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은 비가 온다”는 것이다. 그 만큼 예측이 어렵고, 적중률이 낮은 게 날씨 예보다.

그러나 사정은 크게 개선됐다. 요즈음 기상 예보가 거의 들어맞는다. 기상청은 “18일쯤 한반도를 북상한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제주와 남부지역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출장갔던 사람이 제날짜에 맞춰 돌아오듯, 예보된 장마가 그렇게 정확히 찾아왔다.

오늘까지 제주지방에 비를 뿌린 장마전선은 다시 남하하면서 내일부턴 갠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장마철이다. 백과사전엔 ‘장마(rainy spell in summer)’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양력 6~7월에 내리는 비로,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뚜렷한 전선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수렴 대.

고온다습한 열대기류가 들어와 지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리며,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여름 날씨가 된다.

기상청은 올 여름 역시 시간당 강수량이 30㎜가 넘는 집중호우가 매일 한 차례 이상 쏟아질 것이란 장마철 기상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속담에 ‘여름 비는 소 잔등을 가른다’는 말이 있다. 여름 소나기는 짧은 시간에, 그리고 국지성이 매우 강하므로 소의 잔등도 비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정도라는 뜻이다. 그런가하면 ‘3년 가뭄은 견뎌도, 한 달 홍수는 못 견딘다’는 말도 있다.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 피해나 물 부족으로 삶이 힘들어지는 정도지만, 장마에 홍수가 나면 순식간에 모든 재산과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철저히 대비하라는 경구다.

▲이렇듯 해마다 물 난리를 초래하는 장마는 그리 반가운 내객이 아니다.

하지만 때 이른 더위와 가뭄 피해를 시름하던 차에 찾아온 장마다. 전국 각지에 거북등처럼 갈라진 토양을 떠올릴 때, 이 비가 더없이 반갑게 느껴진다. 땅을 흠뻑 적셔 줘 가을걷이 농사를 돕는 생태적 기능을 하리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고마운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메마른 농심을 적시는 가뭄 끝의 장마가 일단은 반갑다.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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