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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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식 前탐라대 총장 / 논설위원
중학교 시절 시험지를 받아들고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예상 못했던 문제가 놓여 있는 조용한 교실에서 시험지 넘기는 소리와 연필 굴리는 소리만 사각사각 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오는 6월 26일에는 전국의 초등 6학년, 중등 3학년, 고등 2학년 학생들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받는다. 전국의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긴장된 마음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1998년에 학력으로 한 줄 세우기와 사교육 유발 폐단을 이유로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조사 방법으로 실시하였다. 2008년에는 전체 학생 대상으로 확대되었고, 2009년부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였으며, 2010년에는 전국 모든 초·중·고의 ‘기초미달’ 학생 비율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공개한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공시된 이후로 학교의 서열화 및 성적지상주의에 의한 과열경쟁과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로 이 평가에 대비하여 학교와 학원의 불빛이 밤늦도록 꺼지지 않고 있고, 시험 대비 인터넷 강의까지 성업 중인 것을 보면 이번 시험에 대한 부담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시험이 표집조사에서 전수조사로 전환된 이후, 교육계의 논란은 평가 결과를 공개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는 데에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전수조사의 결과에 대한 공시로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 기초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에 대한 지원, 학교와 교원의 책무성 제고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어느 학교에 미달학생이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는 있지만 학교별·지역별 줄 세우기를 조장하여 학력 위주의 정책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폭력이나 인성교육의 부재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할 여지가 없다. 다만 그 시행방법에 있어서의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어떤 제도든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교육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근시안적인 논란을 접고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헤아려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기초학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학업성취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생활통지표 때문에 자녀의 학력이 우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자녀를 면밀히 관찰하여 어느 교과 어느 영역이 부진한 지를 찾아내어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학교도 달라져야 한다. 고등학교인 경우 더 많은 학생의 대학진학을 위해 고심을 하는 학교는 많지만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위해 보충 지도하거나 보정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교육의 책무성과 학습의 권리를 위해 학생들이 겪는 학습방법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배우는 기쁨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화’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다.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회적으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도 소중하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감을 줄이고, 평가 결과에 따라서 한 줄 세우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기회로 삼아 모든 학생이 시험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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