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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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 편집주간
올해부터 각급 학교가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금요일이 되면, 이틀을 내리 쉴 수 있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주5일제가 잘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수업 시수는 줄지 않은 채 수업 일수만 늘여놓으니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보통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 것을 답답하게 여긴다. 심지어 조금만 종례가 길어져도 투덜거리는 아이들인데, 하루에 수업 한 시간 늘어나서 하교 시간이 늦어지는 게 불만이다. 그러기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을 맞는 아이들의 시간은 표정이 사뭇 다르다.

월요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지치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심한가보다. 수업 시간에도 아이들의 표정은 어제와 그제를 그리고 있다. 화요일, 아직도 새로운 한 주에 적응이 덜 된 시간이다. 하루해가 참 길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하늘로 날아가는 멧비둘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수요일, 이제 미련은 접을 시간이다. 어차피 건너야할 시간이라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억지로라도 즐겨보자고 생각한다. 아니, 즐기지 못할 거면 피하란 말처럼 학교를 빠질 핑계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목요일, 아직도 건너야 할 시간이 제법 남아 있다. 그래도 짬짬이 있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있음에 억지 위안을 삼아 본다. 드디어 금요일, 오늘만 견디면 이틀이라는 연휴가 주어진다. 비록 학원 특강에, 엄마의 잔소리에, 밀린 숙제가 대문을 열면 자신을 향해 쏟아져 안길지라도 연휴라는 단어에서는 쏠쏠한 달콤함이 묻어난다.

정부에서는 주5일제 시행을 두고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5일제 수업 시행으로 부모뿐 아니라 가족 전체가 주말을 이용해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월요일 아침 조회에 들어가 보면 당초의 취지가 뜬구름잡기식 탁상공론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매주 월요일마다 토요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현황을 보고하라고 해 조사를 해보면, 학급당 2~3명 정도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고 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을 가거나, 집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들으며 피곤한 주말을 보낸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더구나 내가 근무하는 학교도 시행 전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주5일제 시행을 반대했었다. 법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도록 한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었느냐, 그리고 학부모들의 근무 형태가 주5일제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태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인 결과,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집에서 방치되거나 거리를 방황하거나 하는 모습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학생들을 주말에도 지도하도록 하고 있으나, 평일에 학교 나오는 것도 그렇게 싫어하는 아이들이 주말에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오겠는가. 그래서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른가보다. 더구나 제주도내의 문화, 여가 프로그램은 거의 없거나, 가족 단위 야영이라도 할라치면 시설도 턱없이 모자라고 시설의 상태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주5일제를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어느 도의원께서 모처에 있는 도내 청소년 수련시설을 ‘돈 먹는 하마’라고 하더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밝고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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