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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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당시 약 1614만명이었던 남한 인구는 건국 직후인 1949년에 2019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 3년여 에 걸친 한국전쟁으로 인구가 약 130만명 줄었다. 이 당시 정부의 인구정책 표어는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였다.

이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형제가 너댓, 많게는 예닐곱 명이나 되었다. 온 식구가 배불리 먹기 힘들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실감나던 ‘보릿고개’ 시절이었다. 그래도 어른들은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며 다산(多産)을 자연스럽게 여겼다.

1960년대에 정부는 높은 출산율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산아제한 정책’에 사활을 걸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3명의 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까지만 낳자’ 등의 구호를 못이 박이도록 외쳤다.

이어 1970년대에는 그 유명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를 홍보했고, 1950년대 중·후반 출생자가 자녀를 출산하면서 제2차 베이비붐 현상이 나타났던 1980년대에는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여보! 우리도 하나만 낳읍시다’ 등의 표어와 함께 대대적인 출산억제 켐페인까지 벌었다.

1990년대는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없는 우리세대’와 같은 표어가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가가호호 아이 둘셋, 하하호호 희망 한국’과 같은 출산장려 표어를 내걸었다.

그제(23일) 오후 6시18분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에서 대한민국 ‘5천만 둥이’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나라 인구는 1983년 4000만명을 넘어선 지 29년만에 50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인 ‘20-50클럽’에 진입했다. 허나 반가움은 잠시 뿐, 5000만명 시대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출산’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답이 이미 나와 있는 셈이다.



고경업 편집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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