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특권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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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다.’

낙선한 현역 국회의원의 고충을 묘사해 나온 여의도 정가의 말인데, 그 표현이 꽤나 비참하게 들린다.

지난 4·11 총선에서도‘사람도 아닌’존재가 상당수 나왔다. 후보등록까지 했다가 떨어진 현역 의원은 55명. 거기에다 아예 공천을 받지 못한 이들과 재도전에 나섰다 고배를 마신 전직 의원들도 숱하다. 정말로 그들이 사람도 아닌 비참한 삶을 살기야 할까마는, 대개의 경우가 상실감을 겪는 모양이다.

▲담배를 끊은 사람이 금단현상을 겪듯, 낙선자들도 일종의 그 증세에 시달린다고 한다.

국회 본회의 안내방송의 환청이 한동안 귀에서 맴돌 정도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요금을 몰라 당황하는 것은 흔한 사례다.

가장 힘든 건 주변의 태도변화. 어느 전직 의원은 그 공허감을 달래기 위해 불교. 기독교 등을 전전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렇게 ‘현직’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얼까. 정치인이라는 매력과 함께 국회의원이 되면 누릴 수 있는 유·무형의 특권이 엄청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 국회의원 하면 불체포. 면책특권만을 떠올리지만, 일상의 혜택도 한 둘이 아니다.

그 특혜가 200가지에 달한다는 말이 나온다. 금배지 가격은 2만5000원 정도지만, 그 배지 하나가 담고 있는 권한은 대단하다.

▲19대 국회의 문을 열지 못해 ‘밥값’을 못하고 있는 여야가 요즘 ‘특권 내려놓기’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6월 세비를 반납하며 포문을 열자, 민주당도 이에 뒤질세라 소매를 걷어부쳤다.

월 120만원에 달하는 의원 연금제도 폐지와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이 주요 이슈다.

밥그릇 챙길 때는 하나가 되는 국회가 이를 내려놓을 때도 하나가 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럼에도 누가 보더라도 과도한 특권은 내려놓을 때다.

대선을 앞둔 ‘정치 쇼’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쇼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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