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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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의 면면을 보면 50대와 6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 40대도 눈에 띄지만 상당수는 얼굴에 얼룩덜룩한 검버섯이 있는 70,80대들이다.

 

그들이 책상에 펼쳐 놓고 읽는 책은 똑같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中庸)’과 효도를 주된 내용으로 한 ‘효경(孝經)’이다.

 

제주한자연구회(회장 서상문) 50여 명의 회원들이 매주 토요일 되면 제주시 광양로에 위치한 제주유림문화원 대강당에서 펼치는 학습풍경이다.

 

공자가 배움을 유난히 강조해 논어의 첫 구절로‘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라ㆍ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한 것처럼, 수강생들의 눈에는 배움의 열기가 가득하다.

 

2007년부터 한 자리에 모이기 시작한 이들은 사자소학, 한문법, 추구, 학어집,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차례로 독파해 책거리했다.

 

▲전국에서 최고령으로 한자급수 최고 등급인‘사범’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된 김창기 옹(85)도 제주한자연구회 소속이다. 2007년‘준사범’에 합격한 후 4번째 도전 끝에 이룬 결실이라고 한다.

 

김옹은 “준사범 합격 후 여러 차례 낙방했지만 한 단계 더 도전하는 것이 좋아 포기는 생각도 안 했다”며 “한자와 한시에 빠져 생활을 하니 삶이 즐겁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사는 김옹은 매주 토요일이면 1시간 넘는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유림문화원을 찾는다.

 

제주한자연구회에는 김옹처럼 한자 고수들이 즐비하다. 회원 자격은 2급 이상이지만 대부분은 사범, 준사범,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강사를 맡아 열성으로 활동하고 있는 초대회장인 이창화씨(73)는 사범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은행원과 공무원 출신인 김숙자씨(78ㆍ여)는 2004년 4급에 합격한 후 3급, 2급, 준1급을 차례로 획득했으며, 2008년에 두 차례의 도전 끝에 1급에 합격했다.

 

회원들 상당수는 평일에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방과후교실 등에서 한자와 인성교육을 하는‘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매월당 김시습은 ‘노(老)'에 대해 시 한 수를 부탁받자 ‘늙은 나무에 꽃이 피었으니 마음은 늙지 않았네(老木開花心不老)’라고 읊었다.

 

‘노욕(老慾)’도 노욕 나름이다. 아름답게 품으면 꽃을 피울 수 있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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