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었으니 그냥 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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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 정형외과 전문의

요즘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얼굴과 복장만 보고 나이를 짐작하기란 참 어렵다.

 

10대들이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으면 성인과 구분이 어려운 것처럼 노인도 마찬가지다. 검은 머리에 고운 피부를 가진 분들이 “무릎이 많이 아프다”하여 차트의 나이를 보면 60대 후반, 또는 70대이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커녕 치아도 건강하다. 실로 고령화 시대와 함께 인생은 60부터란 말도 이제 무색한 세상이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건강을 위해 식이조절로 체중을 관리하며 골프와 수영을 즐기는 60세의 젊은이(?)가 무릎이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이미 여러 병원들에서 약, 주사, 물리치료 등으로 치료받다가 낫지 않아서 온 것이고,  X-ray와 문진, 신체검사 등으로 무릎 연골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의사는 이 60세 젊은이에게 뭐라 해야 할 것인가?

 

나이가 들어서 퇴행성 관절이 온 것이니 좀 더 약 먹고 물리치료 하라고 해야 하는가(지금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30~40대가 같은 증상이라면 MRI검사라든가 관절경 시술 등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젊은 노인층(50대 후반~60대 후반)이 의료 소외계층으로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다. 공원이나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 축에 못 들고, 병원에 가면 나이 먹어서 그렇다고 노인취급 받는 경우다. MRI 등의 정밀검사를 얘기하면 고가의 검사를 노인한테 뭐하러 하느냐는 식으로 볼 때가 있다. 그러나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환자의 치료방침을 정할 때 생일 기준 나이(chronologic age)가  아니라 생체 활동성에 기준을 둔 나이(biologic age)가 적용 돼야 하고, 운동을 즐기고 전신질환이 뚜렷이 없는 상태라면 80대 후반~90대까지 사실 것으로 보고 60대층을 적극적으로 진료 및 검사, 치료해야 할 것이다.

 

무릎에 물이 자주 차면 그냥 물만 뺄 것이 아니라 왜 물이 차는지 알아야 할 것이고, 어깨가 밤마다 아프고 옷을 입기 힘들면 오십견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어깨의 어느 부분에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골프를 즐기던 70대 노인이 어깨 통증으로 약 먹고 침 맞고 물리치료만 하다가 효과가 없자 정밀검사를 시행하여 어깨 힘줄 파열(회전근개 파열)을 진단받고 다시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경우도 있고, 무릎수술이라면 인공관절 밖에 없는 줄 알았던 60대 노인분이 간단한 관절경 수술만으로 잘 걸을 수 있게 된 경우들을 드물지 않게 본다.

 

젊고 화려 할수 있었던 시절을 자식들 공부시키고 키우느라 희생하신 부모님들이 젊은 노인으로 팔, 다리 건강하게 지내시는 날이 빨리 오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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