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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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논설위원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는 것을 愼獨(신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약삭빠른 사람의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신독은 무슨 신독? 단 한 순간도 남의 약점을 캐려고 혈안이 되지 않은 적이 없는데, 혼자 있을 때 양심은 무슨 얼어 죽을 양심이 있겠는가?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를 이기면 그만이다. 서울 지하철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한 모양이다.

지하철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색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간에 빈번하게 일어났던 성희롱과 같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의 담배녀와 같은 꼴불견 사건들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CCTV를 설치하면 사생활을 침해받는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매우 양심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순간순간 정상궤도를 벗어나고 싶을 때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절제되어야 하는 생활이 힘들어, 잠시 일탈을 꿈꾸는 것이지, 결코 남의 약점을 캐내어 이용하려는 목적은 없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자기 스스로는 당당하고 부끄러운 것이 없을 것이나, 쥐새끼 마냥 약삭빠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테나를 세우고 항상 상대의 약점을 캐기에 혈안이 되고, 약점이 없으면 약점을 만들어주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자기의 모든 것이 그런 자에게 드러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멋도 모르고, 단지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한 집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더니, 한시도 나를 감시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약점이 드러나지 않으니 약점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이런 사기꾼은 없애야 옳다. 그러나 그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각기 하는 일이 달라 서로 다르게 보일지라도, 선거판에서는 여론을 조작하여 오직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학교에서는 논문이나 남의 아이디어 등을 도둑질하여 자기 것인 양 사기치고, 부정한 심사방법을 통하여 남의 자리를 빼앗는다. 여론을 조작하여 당선되어도, 부정한 심사방법으로 남의 자리를 빼앗아도, 일단 지위를 얻으면 그 직위를 빼앗을 수 없다.

선거도 인생도,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그만이다. 설령 사기행각이 발각되어도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잊어버릴 것이고, 알더라도 자기들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 애써 외면하고, 심지어는 이미 지위를 얻은 그들에게 비굴하게 붙어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요사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다. 사실 나는 대학생들은 공부를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많은 시간을 ‘세상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어서 선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무엇이 옳은지를 나 자신도 모른다. ‘양심적으로 학교에서 배운 데로 모범적으로 살라.’고 하는 것은 마치 ‘바보처럼 살라.’고 가르치는 것이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기기만 하면 되니 남을 짓밟더라도 우선 이기고 보라.’고 가르칠 수도 없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원래 그들의 직업이 속이고 가장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선생은 오로지 옳은 것을 가르쳐야 할진데, 남을 속이거나 남의 약점을 밝히기에 혈안이 되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남을 구렁텅이 속으로 쳐 넣으려고 한다면, 그런 자가 무슨 자격으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자에게 배운 학생은 또 어떻게 되겠는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학생들은 판단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모르면 그만이다. 그러나 대학원생 정도가 되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은 혹 밉보이지나 않을까 두려워 알아도 모른다. 하기는 교수라는 사람도 알면서 애써 모르쇠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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