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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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형님’은 각별한 존재다. 한 부모 아래 태어난 친형제 사이에만 그런 게 아니다. 혈연적 관계를 떠나 강한 친분을 과시하는 것으로, 이 말이 보편화됐다.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술 한 번 걸치면 ‘형님과 동생’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때문에 조직이나 모임을 막론하고 ‘형님’소리가 만발한다. 어느 국회의원은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도 대통령을 ‘형님’이라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의 경쟁력은 ‘형님과 아우’ 인맥을 얼마나 쌓았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물론 호형호제하는 친근한 이가 많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사적 관계가 공적 질서를 압도하면서 비롯된다. 사실 ‘형님-아우’관계가 공적 영역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게 한국 정치나 관료 사회다.

공식적으로 또는 정상적으론 안 될 사업이나 민원도 ‘형님’를 통해서, 아니면 ‘아우’에게 부탁해서 은근슬쩍 OK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과가 쾌재인 것만은 아니다.

동생이 형님 때문에, 또 형님이 동생 때문에 콩밥 먹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대통령의 형님이라면 오죽할까. 그것도 가까운 친척이 아니고 친형이라면. 이권이나 청탁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창구가 또 있을까싶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세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다. 모든 일은 형님을 통하면 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은 그를 압축하는 단어다.

영일대군, 상왕, 형님예산이란 말들 역시.

구설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처신에 신경을 쓴 그로선 억울할 게 들릴 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세 곁엔 언제나 불 나방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형님’이 일생일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저축은행 불법자금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화살이 그를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권력욕 앞에 인간이란 나약하다. 형님도 어쩔 수 없는 존재. 시골에 살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역시 권력형 비리에 휘말려 구속된 수모를 당했다. 권력(벼슬)이 높을수록 감옥은 가까이 있다고 했다. 영국 속담인데, 어째 우리나라에서 들어 맞는다.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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