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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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前 제주학생문화원장 / 수필가
#행복을 찾아 나선 이들이 거리를 오고간다.

걸음걸이도 가지가지다. 종종걸음으로 황급하게 지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흐느적흐느적 힘없이 걸어가는 이도 있다.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게, 남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활개치며 걷는 모습도 보인다. 사는 게 지루하다 싶으면 이렇게 가로수 그늘을 찾아 지나는 이들을 감상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초여름 이맘때의 옷차림은 재미있는 볼거리다. 긴소매에서 민소매까지, 아슬아슬한 핫팬츠와 보기만 해도 더위가 느껴지는 긴 바지 차림, 취향 따라 걸쳐 입은 옷맵시들. 도시의 거리는 그야말로 라이브 패션 무대다. 거리를 오고가는 저들의 겉모습 만큼이나 속마음도 다양하리라. 내보이는 몸동작도 속내와 무관치 않을 터, 겉모습이 속마음을 자연스레 표현해 보일 때면 행복이 머물러 있음이고, 겉과 속이 엇박자를 연출할 때는 그 반대의 심리상태란다. 아무렴 어떠랴. 밝고 활기찬 기운이 넘쳐나는 걸 보면 이 거리의 행복지수도 그만큼의 수준이라 어림해 볼 수 있음이니. 그러고 보면 이런 눈 호사도 사회탐구의 한 방편으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요즘 어느 TV채널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해피엔딩’의 주인공 남자의 삶이 사뭇 진지하다. 시대의 롤모델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 역할의 공적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위나 보다 나은 처우 따위의 사사로운 이득과 타협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 시대의 아웃사이더(outsider)라 해야 할 듯싶다. 관계된 사람들의 삶 또한 편치만은 않을 테고. 그러나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이 사회는 밝고 건강해 지리라는 역설이 가능하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이 주인공이 어느 날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그로부터 ‘해피엔딩’을 위한 남은 삶이 진행된다. 오직 일만을 위해 살아온 과거를 후회하며 시한부인생을 아내와 자식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처절하게 일상의 삶과 마주한다. 과연 그의 인생은 ‘해피엔딩’이 될지….

이 드라마를 보는 한물간 요즘 남자들은 자신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보리라. 대단하게 생각되었던 그 무엇을 위하여 동분서주했던 삶.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외면하면서까지 타인과 조직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 어느 날 나이에 밀려 일에서 소외당하고 가정에서조차 찬밥신세가 되어버린 초라한 모습.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온 속 빈 인생이다. 요즘 TV드라마는 이런 삶을 속속들이 잘도 각색해 낸다.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그런 드라마에 공감하며 일희일비해야 하는 신세라니…. 세상 엿보기나 하며 살기엔 남은 생이 너무 초라하다. 그렇다고 해결의 묘안은 떠오르지도 않고….

#나라 안 곳곳에는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차고 넘칠 지경이다. 나라 밖에서는 우리를 선망의 대상으로 우러러 본다는데. 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 기회를 엿보는 이들이 넘쳐난다지 않은가. 어떤 기업체에서는 일꾼이 모자라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려 하고, 또 한 편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야단법석이다. 이 얼마나 희한한 부조화인가. 더 좋은 곳,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면 행복은 떼어 놓은 당상쯤으로 여길 테지만, 더 좋고 더 나은 그 자리는 영원히 차지할 수 없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그 많은 것들을 가지고도 스스로를 불행하다 자책하는 삶.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성공해야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열심히 되뇌며 살아야 할 듯싶다. 삶은 저쪽 어디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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