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 물장수
북청 물장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1924년에 발표된 파인 김동환의 시 ‘북청 물장수’다. 새벽마다 물을 길어다 주는 북청 물장수와의 교감이 새벽녘 물소리처럼 신선하다.

▲당시 서울에서 북청 물장수는 유명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마시려는 사람들에겐 물장수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주로 함경도 출신들이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물장수를 했다. 수입은 넉넉치 않아 겨우 학비를 댈 정도였다고 한다.

각 물장수마다의 단골구역, 즉 급수구역과 수좌구역이 생기고 그 지역은 다른 물장수가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이루어졌다. 물장수가 늘어나자 조직을 꾸리게 되는데, 그것이 수상조합(水商組合)이다. 조합에서 급수권을 관리했다.

수상조합 역시 세금을 내 권리를 인정받았고, 횡포를 부리는 수용가에게는 물을 배달하지 않는 위세를 보이기도 했다.

6·25를 전후해 상수도 시설로 물장수는 사라지고, 1980년대 이후 생수·광천수를 배달해 판매하는 상인들로 대체됐다. 이들이 새로운 물장수인 셈이다.

▲물이 좋다는 제주에서 물 얘기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물론 제주 지하수 얘기다. 멀리 갈 것 없이 최근만 해도 도감사위원회가 제주삼다수 유통과 일본 수출계약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다 도의회에서 먹는샘물용 지하수 증산에 제동을 걸었고, 농심과의 법정공방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민의 공동자산인 지하수가 법정에서 고개를 떨구고, 감사위원회에서 질책을 받고 있다. 딱한 노릇이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쩔수 없지만 약수터에서 힘겹게 물을 길어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던 북청 물장수의 심정이 아쉽다. 언제쯤 제주 지하수도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김홍철 대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