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四知)
사지(四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말이 씨가 되었나, 아니면 자업자득인가.

세간으로부터 모든 일을 통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며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소리를 들었던 이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하늘의 그물(天網)’에 걸릴 처지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상득 전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말에 19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자신의 심정을 토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을 인용했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ㆍ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성기다고 하지만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라고. 하늘을 우러러 결코 한 점 잘못이 없다는 의미를 담아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이권 개입설이 나올 때마다 그는 “차라리 한 번 나를 뒷조사해 달라”고 까지 했다.

그런 이가 그제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 저지 로비 명목으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심야까지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서 ‘부정한 돈을 받은 일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늘의 그물에 제대로 걸린 모양이다.

▲진실과 관련해 재미있는 고사가 있다. ‘양진의 사지(四知)’다.

중국 후한시대 양진이 태수로 부임하기 위해 임지로 가는 도중에 객사에 머무르게 됐다.

그곳의 현령 왕밀이 양진을 찾아와 황금 열냥을 내놓으며 지난날 자신을 현령으로 천거해 출세길을 열어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양진이 받지 않으려고 하자 왕밀은 “저와 태수님만 아는 일로, 어두운 밤이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暮夜無人知)”라며 재차 받기를 청했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 地知, 子知, 我知)”며 거절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과 연관이 깊다.

조선시대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사지’를 강조했다. 뇌물은 아무리 비밀리에 주고받더라도 들통이 난다며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고, 내가 알고, 상대가 안다(天知, 神知, 我知, 子知)”고 했다.

▲정권 말기 앞으로 유력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될 전망이다. 모두들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그대와 나는 눈을 감았지만 천지는 그날의 검은 거래를 지켜보고 있었다.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