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북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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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가 주관한 제2차 제주도민 북한방문단의 일원으로서 5박6일 동안 북한의 평양, 묘향산, 개성 등지를 돌아보고 왔다. 그 동안 북한에 대한 비디오, 사진 등을 통해 북한의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현지에서 보고야 더욱 실감했다.

순안공항은 북한의 관문인데 생각보다 비행기가 별로 없고 규모가 작았다. 그 만큼 북한의 대외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공항 내부가 비교적 어둡고 한기가 느껴지는 데도 전기가 켜 있지 않았으며, 난방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북한의 전력난이 심각함을 느꼈다. 평양의 밤거리에 가로등이 별로 켜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도 역시 전력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 안내원의 말로는 “미국이 중유 공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어려운 전력 사정을 돕기 위해서도 ‘제네바 핵 합의’가 지속되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평양은 비교적 거리가 깨끗하고 잘 정리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들이 낡고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 회색빛을 발하고 있어 좀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기는 했으나, 러시아나 중국의 여느 큰 도시보다 길도 잘 되어 있고, 교통이 혼잡하지 않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군데군데 큰 건물이나 육교에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 등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구호들이 큰 글씨로 쓰여 있는 것이 여느 다른 도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고, 평양이 ‘우리식 사회주의’의 본향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묘향산과 개성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4차선 도로로 잘 빼 놓기는 했으나, 도로에 비해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어 평양과 지방을 오가는 사람이나 물동량이 대단히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내다보이는 농촌은 농번기가 끝나서인지 매우 한가한 모습이었다.

내다보이는 산들이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인 것이 농촌의 연료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매우 아팠다. 농촌의 생활상은 평양에 사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것 같았다.

민화협 소속 안내원들과는 저녁식사 후 맥주를 나누는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서로에게 부담되는 얘기는 되도록 피하면서 남북한의 비슷한 풍속 얘기, 남녀간 사랑 얘기 등등 서로 한 동포라는 의식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대화들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민족대단결, 자주, 조국애 등을 매우 강조하였다. 북한과 미국이 핵 문제로 민감한 때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민족동질성, 반외세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묵시적 원칙으로 간주해 온 ‘구존동이(求存同異)’원칙, 즉 입장이 같은 것은 풀고 입장이 달라 해결이 어려운 것은 숙제로 남겨 놓는다는 원칙을 남북관계에도 적용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부문들을 찾아 협력해 가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겨졌다.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가 하고 있는 감귤 보내기 운동, 이번에 협의한 한라-백두 교차 학술 탐사, 북한 고교축구팀 교환경기 개최, 그리고 농.축산분야 기술 교류 확대 등 여러 가지 사업들은 이러한 남북간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디딤돌을 놓고 밑거름이 될 수 있는 민간교류 차원의 매우 중요한 일들이다.

이러한 작은 교류들이 하나하나 모인다면 점차적으로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되고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될 것이므로 언젠가는 통일의 날이 오리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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