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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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혈액종양내과 전문의

병원에 고주파온열암치료센터를 개설한 후 암환자를 진료하면서 제주의 암환자들이 육지 혹은 내가 생활했던 호주와는 암의 종류뿐 아니라 암을 진단 받은 후 치료하는 과정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약 60% 암환자는 육지의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다(전라남도의 경우 6%). 좀 더 좋은 시설, 훌륭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환자와 가족의 소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간의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육지를 오가며 검사를 받는 것은 커다란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희생을 필요로 한다.

 

특히 암이 재발되거나 더이상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할 때 의사들은 환자를 손에서 놓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제주도로 돌아와 자신만의 투쟁을 해야하는 환자와 가족들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의사 중에는 스스로 암을 진단하고 조직 검사를 하고 치료를 시도했던 사람이 있다. 소설과 영화로도 전 세계에 잘 열려진 이 사람의 이름은 미국인 인제리 닐슨(1952~2009년)이다.

 

응급실에서 전문의로 근무하던 닐슨 선생은 1998년 이혼 후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남극 아문젠-스코트기지의 유일한 의사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의 유방에 암 덩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닐슨 선생은 위성통신으로 미국에 있는 암전문가와 통화하면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유방에서 암덩어리를 잘라 냈다.

 

그러나 항암제 치료 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미국 정부는 위험을 무릎쓰고 공군기를 파견, 그녀를 구출해 온다. 미국으로 돌아온 닐슨 선생은 수차례에 걸친 항암 화학 요법과 수술로 건강을 되찾게 된다. 이후 그녀는 인간승리의 모델로 전세계를 돌며 강연 등을 하면서 지내던 중 7년 후 간과 뼈에 유방암의 재발이 확인되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09년 뇌전이병변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은 정말 힘든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진단 후에 따르는 치료와 관련된 문제는 암환자와 가족을 더욱 혼란스럽고 고달프게 만든다.

 

닐슨 선생의 이야기는 완전히 고립된 극지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진단과 치료를 한 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일생을 바쳤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누군가는 오래 사는 것이 오랫동안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하였다. 누구도 치명적인 암으로부터 자유스럽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아도 많은 환자들은 암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비록 암으로 죽게되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인간답게 생활하고, 후회없이 살았다고 환자가 이야기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환자가족과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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