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소식은 알아야 할까 몰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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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종양내과 의사로서 가장 힘든 때는 환자에게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다’, ‘병이 재발했다’, ‘당신은 암에 걸렸다’라는 것을 말할 때다.

20년 전 초보 종양내과 의사일 때는 어떻게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일까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보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부딪히고 깨달으면서 나만의 방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가족들이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거나 재발했다는 것을 숨기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본의 아닌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7월 2일자 미국 임상 종양학회지에는 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이 나쁜 소식을 전하기 싫어하는 다섯 가지 이유와 설명이 있었다. 암 환자나 가족들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환자가 우울증에 빠진다. (반론)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정확한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주면 병을 더 잘 이겨낼 수 있고, 사실을 안다고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진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임종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심폐소생술 등을 하는 비율이 감소했다.

둘째, 살려는 희망을 버린다. (반론)환자들은 더 이상 완치의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사와 진지하게 의논한 뒤에도 자신의 생명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희망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것과 상관없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

셋째, 완화 혹은 호스피스 진료를 받으면 환자가 일찍 사망한다. (반론)2007년 보고에 의하면 완화 진료를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았다.

넷째, 환자의 예후를 이야기하는 것이 문화적으로 맞지 않은 경우가 있다. (반론)확실히 환자가 자라난 환경에 따라 예후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와 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 보아야 한다.

다섯째, 환자의 예후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반론)환자가 얼마나 살 것이냐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사는 자신이 의학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결과나 예후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 주어야 한다.

나는 많은 암 환자들이 자신의 인생 마지막 몇 주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보았다. 과연 어떤 것이 좋은지는 섣불리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그 환자들과 똑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정확한 상황을 미리 알고 나의 미래를 결정하고 싶다. 다른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김준희/혈액종양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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