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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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치료와 관련해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다른 암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현명한 일 중 하나이다.

 

특히 아직 치료 방법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거나 최근 치료 방법의 발전이 있는 병일 경우에는 의사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고 그 결과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는 40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자신이 치료를 선택한 바베트 로즈몬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소설 작가이자 청소년 잡지의 편집장이던 49세의 로즈몬드는 1971년 2월 왼쪽 유방에서 조그만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녀는 유방암을 경험한 두 친구가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그 당시에는 흔히 시행하던 근치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던 근치적 유방 절제술은 암이 있는 유방뿐 아니라 주위 가슴 근육과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면 재발이 덜 된다는 이론적 근거에서 출발한 수술인데 합병증도 많고 여성에게는 커다란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기는 치료 방법이었다. 로즈몬드 주치의는 이 치료 방법을 권했지만 그녀는 3주간 다른 치료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의사는 그녀가 고집불통이며 멍청한 여자라며 3주 뒤에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불행히도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의사가 아직도 존재한다.)

 

그녀는 몇몇 선구적인 의사들이 근치적 유방절제술을 하지 않고 부분 절제만으로 유방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후일 유명해진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의사, 조지 크릴을 만나 축소된 수술후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이후 그녀는 많은 방송에 출연 그녀를 조롱하는 의사들과 싸우며 변형된 유방절제술의 효과를 대중에게 알렸다.

 

10여년 뒤인 1985년 피츠버그대학의 외과의사인 버나드 피셔는 뉴잉글랜드 의학잡지에 근치적 유방절제술과 변형된 축소 수술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밝혀 로즈몬드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로즈몬드는 1997년 유방암은 한번도 재발하지 않은 채 노환으로 사망했다.

 

의사의 입장에서 자기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가기를 원하면 조금 언짢은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가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은 후 자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도 당연한 환자의 권리이다. 또한 의사마다 다른 진단 혹은 치료 방법을 가지고 있기도 하므로 그 역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는 수동적인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환자가 치료 방법을 선택할 때 오히려 결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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