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무원·교사가 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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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필자는 어렸을 때 매달 25일을 그리도 기다렸다. 그날은 평소 잘 먹어보지 못하는 생과자를 먹게 되는 행복한 날이기 때문이다. 매달 25일은 평생 공무원이셨던 아버님의 월급날이었다. 아버님 월급날만 되면 온 식구들이 밤늦게까지 눈 빠지게 아버님을 기다렸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자식들은 아버님이 사오시는 생과자를, 어머님은 아버님의 월급봉투를 기다리셨다.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 여간 손해가 아니었기에 어떤 때는 밤 12시 까지 두 눈을 비벼가면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리도 기다리던 아버님이 오셔서 생과자를 풀어놓으면 5명이나 되는 자식들은 우르르 달려들어 정신없이 먹어댔다. 그러나 어머님은 누런 월급봉투에서 몇 푼 안 되는 돈을 세시고 나서 항시 한숨만 내쉬시고, 멋쩍으신 아버님은 우리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절대 공무원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도 우리 5남매 중 필자를 포함하여 3명이 아직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피할 수 없는 집안의 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기피직업이었던 공무원이 이제는 선망의 직업이 되었으니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필자가 지난 4월 전라북도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자녀들이 어떠한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지를 조사하였다. 조사결과 아들과 딸의 선호 직업은 각각 달랐는데 아들의 경우는 공무원이, 딸은 교사가 가장 많았다. 먼저 아들의 경우 공무원이 22.7%로 가장 선호되고 있는 직업이며, 이어서 의사가 10.1%로 두 번째, 사업가가 9.9%로 세 번째로 많이 지적되었다. 이밖에 교수(9.4%), 외교관(7.6%), 법조인(5.3%), 과학기술자(4.6%), 회사원(4.1%), 교사(3.8%), 언론인(3.0%)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다. 딸의 경우는 4명중 1명꼴인 26.6%가 교사를 가장 선호하였으며, 공무원이 15.0%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밖에 약사(8.0%), 간호사(6.0%), 은행원(4.0%), 디자이너(4.0%), 교수(3.8%), 외교관(3.5%) 순으로 많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20년 전인 1992년, 그리고 1998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전북도민들은 20년 동안 일편단심 공무원과 교사만을 고집하였는데, 아들의 경우는 20년 동안 오직 공무원만을 선호하였다. 딸의 경우에도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점이 두드러졌는데, 20년 전에는 선호도가 6.9%로 5위, 1998년엔 10.2%로 3위였다가 올해 15.0%로 2위로 뛰어 올랐다. 아들의 직업에서 과거에 비해 운동선수가 10위권 밖으로 내려가고, 언론인이 새롭게 순위권으로 등장한 점이 눈에 띈다. 딸의 선호 직업은 아들에 비해 과거와 많은 차이가 있었는데, 연예인, 언론인, 회사원 등의 직업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새롭게 은행원, 디자이너, 외교관 등의 직업이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면 당사자들인 자녀들의 생각은 어떨까? 며칠 전에 발표된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13세~18세 청소년 1027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장래희망 직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의 생각이나 자녀들의 생각이 거의 똑같다. 청소년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장래희망 직업은 교사(15.3%)가 1위를 차지했으며, 연예인(14.8%)이 2위, 공무원(13.8%)이 3위로 꼽혔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남녀노소 모든 국민이 공무원과 교사를 선호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들 직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직업이 안정적인데다, 봉급도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젊은이들이 지나치게 직업의 안정성과 보수만을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모든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업에만 매달리고,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직업을 외면하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비인기 직업과 창의적인 직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도전의식을 키워주는 다양한 진로 교육이 필요하고, 정부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실패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해주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하겠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스티브 잡스를 공무원과 교사로 잡아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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