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국면…남북 교류 '신호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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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2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 결정과 함께 핵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을 재가동키로 해 북한과 미국이 정면대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데다, 남북간 군사실무회담에서 민간인의 군사분계선(MDL) 통과 보장에 대한 합의가 좀처럼해결되지 않는 등 국내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수로 지원사업, 경의.동해선 철도.도로연결사업, 개성공단 개발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일단 `현상유지'하는 선에서, 외부 여건변화를 기다리면서 신호대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지난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바탕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점검해본다.

◇ 경수로 지원사업=지난 94년 10월 제네바합의에 근거, 95년 3월 설립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의해 한국형 원전인 1천㎿e 가압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하는 게 골자인 경수로 사업은 북핵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단계에서 변함없이 추진중이다.

KEDO는 99년 12월 한국전력과 일괄도급방식으로 주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 지난 11월말 현재 경수로사업은 26.5% 가량 공정이 진행됐다.

이 사업에는 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국내업체가 합동시공단 및 하도급 업체로 참여중이며 남.북.우즈베키스탄 인력 1천376명이 신포지역에서 공동작업중이다.

우리나라는 경수로 건설비용(46억달러)의 70%(32억2천만달러)를 부담키로 한 98년 11월 재원분담결의에 따라 지금까지 7억4천만달러(한화 1조2천197억원)를 집행했다.

경수로 건설사업은 KEDO 차원의 사업중단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정상적인 작업이 수행될 것이라는 게 통일부의 전망이다.

그러나 원자력손해배상의정서 협상, 북한원전요원 훈련 등이 실시되지 못한 상태여서 순조로운 사업추진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당국자는 "`언제 중단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수로사업 공정을 진행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면서 "자본투입은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현상유지'의 공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었던 경의선 철도연결사업은 현재 남측구간의 경우 노반공사는 완료됐으며 통신.신호.전력공사가 92%, 궤도부설공사가 15% 가량 진행된 상태다.

경의.동해선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작업은 남측의 경우 지난 15일, 북측은 이보다 앞선 지난 6일 끝냈다. 아울러 경의선과 동해선 임시도로 공사는 이미 완료됐다.

그러나 최근 `어렵게' 개최된 군사실무회담에서 우리측과 유엔사가 민간인의 MDL통과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북측은 군사실무회담에서 남북군사보장합의서상 남북관리구역내 MDL통과시 유엔사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맞서면서 남북은 여전히 `불통(不通)' 상태다.

정부는 당초 연말 완공 예정이었던 경의선 철도 연결을 내년 1월 중순으로 미뤘다.

◇ 개성공단 개발사업=개성공단 개발사업 연내 착공은 남북이 지난 8월 8차 장관급회담, 2차 경제협력추진위 등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이를 위해 북측은 지난달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 8일 남북은 개성공단 실무접촉에서 통관.통신.검역 등 제도적 장치는 물론 이달 26∼30일에 개성공단 착공식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착공식을 30일 가질 예정이었으나 민간인의 MDL 통행보장에 대한 남-북-유엔사간 이견으로 이같은 일정실행은 불가능해졌다"면서 "현재로선 언제 착공식을 가질 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 금강산 관광사업=금강산 육로관광은 이달 26일 사전답사와 31일 시범관광을 거쳐 내년초부터 본격화한다는 게 현대아산의 기대였다.

북측도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5일 금강산 관광지구법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간인 MDL통과문제가 해결되지 못함에 따라 금강산 육로관광은 언제 실현될 지 아직 모른다.

더욱이 올 1월부터 초.중.고.대학생과 이산가족 등에게 지원돼온 정부의 금강산 해로(海路) 관광경비 지원예산도 금년말로 소진돼 내년부터 해로관광은 침체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 남북대화=올해에는 무려 34차례의 남북회담이 열렸다. 이달에만도 개성공단 실무접촉, 제1차 남북경제협력제도 실무협의회, 제2차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제 3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 제 6차 군사실무접촉, 제2차 남북해운협력실무접촉 등 6차례의 회담이 개최됐다.

내년 1월에는 제9차 남북장관급회담(서울), 제3차 임진강수해방지 실무협의회(서울), 제2차 철도.도로연결 실무협의회(평양), 제3차 남북적십자 실무접촉(금강산), 제2차 남북경제협력제도 실무협의회(평양) 등이 예정돼 있다.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대화를 지속하면서 핵 문제해결을 위한 대북 설득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모든 대화채널에서 `북한의 어떠한 핵개발 시도도 반대한다'는 우리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즉각 포기하고 핵동결 원상복구를 강력히 추구한다는 것.

대신 남북관계는 합의사항 이행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수로 건설공사는 북한의 핵문제 추이를 지켜보면서 미국, 일본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고 금강산 육로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사업을 위해 선결작업인 군사실무회담 성사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핵문제와 상호작용 관계인 남북교류협력사업은 핵위기 고조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이미 예정된 남북대화는 지속되겠지만 현재 진행중인 교류협력사업은 내년초부터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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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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