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부에 대한 온고지신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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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장학관/수필가
제주교육은 사립학교 설립에서 그 참뜻을 엿볼 수 있다. 제주 최초의 사립 의신학교(1907)는 ‘제주군 5개면 88개 리의 2만505호에서 모금한 123만300원’이 종잣돈이 되어 탄생한 학교였다. 이후 일제는 ‘사립학교 설치는 조선 총독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교육을 우민화 하려 하였다.

1920년 대에 일본 거류민 아동의 취학률이 92%인데 반해 우리는 고작 4%에 지나지 않았던 시절, 이러한 시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제주도민은 땅과 돈을 내놓거나 교원이 되어 수많은 사립학교들을 세웠었다. 1922년 1군 1교제에서 1면 1교제로 일제의 정책이 바뀌지만, 원거리를 통학할 수 없는 당시의 교통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도민들은 십시일반의 교육기부를 통하여 마을과 마을 사이에 사립학교를 세웠던 것이다.

17년 전, 당시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회장단들이 학교장을 찾아와 풍물반 조직을 건의하였다. 학교장으로부터 풍물반 조직을 위임받은 교사는, 풍물에 정통한 예능인을 수소문 끝에 만날 수 있었다. 그해 겨울 풍물꾼은 주말이면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와 풍물 지도에 전념, 드디어 (지금의 서귀포여고 불림패라는) 풍물반을 탄생케 하였다. 그 분은 미래의 제자를 키우듯 학교에 풍물 지도란 재능 기부를 앞서 실현했던 셈이다.

적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교육 소외 지역의 아동과 중학생들을 찾아가 학습 멘토 역할을 자임하며 교육 나눔을 실현하고 있음도, 요즘 고등학교에서의 달라진 풍속도 중 하나다.

주5일 수업제의 시행으로 교육 기부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에 호응하여 수많은 기업·대학·공공기관·개인 등이 새로운 교육의 동반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학교의 교육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제공하는 교육 기부 활동은, 우리 사회가 인재 육성에 적극 참여케 하는 교육 패러다임을 새로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미래사회에선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듯, 일과 기부 활동을 병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지적·사회적·감성 자본이 주요한 자본이 될 것이라고 미래 학자들은 예측한다.

웬만한 일자리는 기술이 대체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교육 기부자는 기부 행위를 통해 공감 능력과 감성 자본을 체득하는 소중한 기회를 덤으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 기부자는 학교 교육에 애정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될 수 있다. 일례로 심리 전공자·스포츠 활동가·의료인·법조인·다양한 취미와 동아리 활동가 등이 학교의 교육활동에 참여한다면,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밖의 교육 자원을 활용하려는 학교의 교육활동은 인성교육을 더욱 내실화 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발달시키기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받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려와 나눔의 문화인 교육 기부에 동참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50여 기관과 협약을 맺어 학교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350여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7만여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교육 기부는 교육 복지에 대한 실현이자 미래사회에 대한 투자이다. 제주의 선인들이 후대의 교육을 위해 기부와 나눔의 생활을 실천했듯, 시대변화를 선도하는 배려와 나눔의 교육 기부 문화를 알차게 가꾸어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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