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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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곧잘 치던 골프가 잘 안되는데는 무려 108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골퍼들 사이에 ‘백팔번뇌’라 말한다나.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캐디 때문에,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등은 가장 흔한 핑계거리. 압권은 108번째다. ‘이상하게’ 안 맞네.

잠 못드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 요인이 적지 않을 터, 가장 답답할 노릇은 역시 ‘이상하게’ 잠이 안 오는 경우다.

자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수록 놈은 더 멀리 도망가 있다.

▲잠이 쉽게 들지 않은 여름이다. 폭염에 시달리다 기운이 쭉 빠진 채 집에 왔으나 기다리는 건 불청객 열대야.

게다가 올 여름은 런던올림픽까지 겹쳤다.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중계되는 경기는 봐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까지 더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귓전을 울리는 그 갸날픈 사이렌 소리는 또 어쩌랴.

견문발검(見蚊拔劒). 모기 보고 칼을 뺀다는 말로, 사소한 일에 너무 크게 성내어 덤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앵앵 대며 잠을 설치게 만드는 그것, 정말 견문발검 심정이다.

▲이런저런 일로 불면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잠이 들더라도 자주 깨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면 몸에 뻐근한 느낌이 남는다. 낮에도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기 십상이다.

이렇듯 불면이 초래하는 일상의 불편은 크다.

피천득님은 그의 수필집에서 “끼니를 한 두 끼 굶고 웃는 낯을 할 수 있어도, 잠을 하루 못 잤다면 지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열대야 극복을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된다. 술과 카페인 성분을 삼가고, 찬물 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등이 단골 처방이다.

하지만 불편과 고통을 극복하려 굳이 애쓸 일이 있는가. 견디는 게 차라리 낫다.

법정 스님은 “더울 땐 너 자신이 더위가 되라”고 했다.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 때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여름밤, 뜬눈으로 지새우자고 노래한 시인도 있다. 그래도 이 여름, 하늘에 수 많은 별들이 떠 있는 밤은 큰 위안이다.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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