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자 출신 청소년상담전문가로부터 학교폭력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특성은 우선 상대방을 탓한다고 했다. 피해학생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에 때렸다는 것이다.
피해 학생은 매우 심각하다. 모든 일이 자신의 탓인것 같아 자살 충동을 강렬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부모와 교사는 피해학생에 대해선 각별히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성인 범죄자들의 특성은 어떨까.
경남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과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해사건 피의자를 만난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이들은 범행 동기를 피해 여성 탓으로 하며 문제 자체의 본질이 자신한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모든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다는 말이다.
▲집단적 타락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는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저서에서 일본인 작가 사카구치 안고(坂口安吾)의 ‘타락론’에서 제시한 ‘집단적 타락 증후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교통순경이 교통법규 위반 차량 네다섯 대 중에서 한두 대만 딱지를 끊자 적발된 차량 운전자가 “다른 차량들도 위반했습니다”라며 강력히 항의를 했다. 교통순경의 답변이 압권이다.
“어부가 바닷고기를 다 잡을 수 있나요”라고.
집단적 타락 증후군은 이처럼 교통법규 위반 사례와 같이 “내만 위반자인가. 재수 없이 걸렸을 뿐이다”라며 모든 사람은 범죄자이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사회지도층의 부정행위를 접하면 “재수 없게 걸려 망신을 당하게 됐구나”라며 일시 쾌감만을 느낄 뿐 분노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도층도 부정을 했는데”라며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죄의식이나 죄책감은 없고 순전히‘운 탓’이다.
▲야당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퇴출 저지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본인은 “조사 받은 게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으며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를 탓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 한쪽은 쓴잔을 마실 것이다.
그 때는 스스로 부끄러워할 것인가. 아니면 운을 탓하며 뒤로 숨을 것인가.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esook@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