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있을 때 일요일 아침은 항상 라면이었다.
배식량이 많아 언제나 다 퍼진 라면을 먹었지만 그래도 좋다며 두 번씩 타 먹곤 했다.
특히 고참이 된 후 페치카(벽난로)에서 끓여 먹던 라면은 정말 맛있어서 30년이 돼가는 오늘까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요즘도 출출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라면이다.
쫄깃한 면발에 매콤한 국물을 먹고 난 뒤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은 여느 음식 못지않다.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이만큼 높은 음식도 드물어 가히 ‘국민식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인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작년 한해 기준으로 36억개에 이른다.
국민 1인당 75개씩을 소비한 셈이다.
물론 인구가 많은 중국(483억개)과 일본(53억개), 미국(40억개) 등에 비해 총 소비량은 떨어지지만 한사람이 보통 먹는 양은 단연 세계 최고다.
라면이 지금은 대중식품으로 사랑을 받지만 처음 등장한 1963년 당시엔 반응이 시들했다.
보릿고개를 갓 넘겨 밥을 최고로 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연후 조리의 간편함과 특유의 맛으로 점차 수요를 넓혀갔다.
결정적인 계기는 밀가루 음식을 권장한 분식장려운동이었다.
당시 식량 부족을 겪던 정부가 라면을 서민들의 끼니를 때우는 대안으로 삼았던 것이다.
▲라면은 떡볶이, 부대찌개 등 어떤 메뉴와 결합해도 놀라울 만큼의 궁합을 자랑한다.
또 다양한 나라의 메뉴와 어우러져 퓨전 요리, 이색 메뉴로도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런 국민 대표 먹거리인 라면 값이 지난 1일부터 최고 10% 올랐다고 한다.
비록 1000원을 밑도는 금액이지만 대표적인 식탁 물가가 오르면 서민 가계의 주름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곡물대란이 겹친 마당에 다른 식품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등이 켜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라면은 국민들의 사랑 속에 성장을 거듭해 왔다.
여행을 떠날 때도 빠뜨리지 않는 기호식품이다.
라면만이라도 서민들이 가격 걱정 않고 맘껏 먹을 수 있는 국민식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영양성이 개선돼 우리 몸에 좋은 라면이 만들어지면 금상첨화리라.
함성중 편집국장
hamsj@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