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일생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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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번 여름에는 야생화의 색깔이 유별나게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환경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개성이 뚜렷한 야생화들이 장미꽃보다 더 정겹고 소담스러운 것 같다. 더구나 하얀 민들레꽃에서 꿀벌이 장난하는 모습을 음미하는 순간은 안락감의 극치일 것이다.

 

‘앉은뱅이’라는 별명을 가진 민들레는 너무나 평범한 잡초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지(daisy) 또는 백일초보다 더 자연스럽게 자연을 하얀빛 또는 노란빛으로 물들이는 꽃을 피운다. 어떤 시인은 ‘민들레 연가’를 읊었다. 자연 속에서 민들레의 내면세계가 감미롭게 표현되어 있다.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는 낱꽃이 모여서 한 송이 꽃을 만들며, 꽃이 진 후에 하얀 솜털같은 갓털(낱꽃 씨앗의 관모(冠毛))이 씨앗에 생겨서 솜방망이 형태를 형성한다. 이로써 민들레는 번식과 내일의 삶을 위해 정처없이 여행을 떠날 준비를 완료한 셈이다. 갓털은 씨앗이 홍수 피해없는 따뜻한 양지터에 도달할 때까지 씨앗을 보듬고 수분을 공급한다. 이 생명계의 신비는 경이로울 따름이다.

 

미국, 중국 등에서도 영양학적 채소와 의학적 약초로 인정받고 있으며, 본초학에서는 민들레가 간염·기관지염·해열·정혈·건위·발한·이뇨 등에 효험이 있고, 담즙 분비를 촉진하며 일반적인 소염 해독제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꽃피기 전의 식물체를 포공영(蒲公英)이라는 약재로 쓰이며, 나물로도 널리 이용된 식물이다.

 

특히 우리 산야에 흔히 분포됐던 토종 흰꽃 민들레는 동의보감에 ‘약성은 차고 독성이 없으며 열을 내리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고 기록했으며 널리 민간 치료제로 활용되었다.

 

민들레 뿌리에 함유된 콜린(choline)과 시스테롤(sisterol) 성분 등은 간기능 개선제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민들레에 함유되어 있는 실리마린(silymarin)은 간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이미 형성된 암세포 제거에 유익한 것으로 연구 결과를 보고한 바가 있다.

 

이 식물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환경오염이 심한 지역의 토양에서 자란 것들은 다량의 중금속을 흡수·저장하고 있다. 우리가 민들레를 채소와 약용으로 이용할 때는 청정지역에서 자란 것들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박함과 민초를 상징하는 사소한 흰꽃 민들레도 인간의 건강관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소함, 소박함, 겸손함, 단순함 속에 삶의 진수가 잉태하고 있다.

 

너무 작아서 보통의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원자 속에 우주가 숨쉬고 있다. 이 원자 속에 원자폭탄이 호흡하고 있다. 이 원자가 없으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이 존재할 수 없다.

 

일상적 삶에서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 화려한 것보다 소박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인간의 삶이 훨씬 더 풍성하게 될 것이다. 나비를 뜰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꽃을 이동시키면 저절로 나비는 뜰에서 춤춘다. 그리고 덤으로 행복이 날개를 펼칠 것이고, 그 위에서 화려함이 기적을 연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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