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묻히는 강력사건, 더는 없어야
영원히 묻히는 강력사건, 더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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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8월 14일, 제52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잇따라 발생한 살인사건에 도민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단란주점 여종업원인 고모씨(당시 32세)가, 그리고 서귀포시 호프집 여주인 강모씨(39세)가 각각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옷의 일부 또는 전체가 벗겨진 채 온몸이 흉기에 찔린 모습이었다. 당시 본보(本報)는 알몸 상태로 처참하게 살해된 ‘잔인한 살인’이 하룻밤새 2건이나 발생했다고 전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들 살인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영원히 묻히게 됐다. 사건 발생 15년이 경과해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종전 15년에서 25년으로 10년 연장되긴 했다. 하지만 법 시행 전 범죄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그와 함께 법무부가 현재 살인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1997년 9월 2일 이후 사건부터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 살인사건은 영구 미제(未濟)사건으로 남게 됐다. 이제 진범을 검거한다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 단죄함으로써 숨진 피해자들의 억울한 영혼과 유족들의 쓰라린 한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야 할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3년 전 발생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실종 후 피살을 포함해 모두 5건의 살인사건이 현재 미궁 속에 빠져 있다.

또 다시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영구 미제가 나올까 두렵다. 이런 사건이 쌓일수록 제주의 치안상태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은 깊어지고, 또 재범(再犯) 발생 소지는 더 높아질 것이다.

답보 상태에 빠진 이들 사건들을 보면서 제주경찰의 수사력을 가늠하게 된다. 인력이 부족하고 한 사건에만 매달릴 수 없는 경찰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 사건에 철저한 수사를 벌여 범죄자는 반드시 죄의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경찰의 자존심을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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