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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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열. 한림중학교 교사
얼마 전 어느 한의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건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관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관절이 막힌다는 건 기혈 순환이 되질 않는 것으로 우리 몸이 삐걱거리는 근본이 된다는 말씀이었다. 관절은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위다. 우리 몸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뼈는 근육을 받쳐주고 몸을 지지하며 보호해준다. 이런 뼈는 관절을 통해서 다양한 운동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의 시간에 관절을 풀기 위한 몇 가지 체조를 배우면서 나는 마음의 관절을 생각했다.

요즘 사람들은 마음의 관절이 많이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와 갈등과 미움, 상처들이 안으로 쌓여 마음의 관절을 막아버린다는 생각이다. 쉽게 사람을 죽이고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행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삐걱거림, 이제 마음의 관절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음 관절이 튼튼하고 기혈 순환이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심을 버리고 평소 마음의 근육을 잘 키워야 한다는 소박한 결론을 얻었다. 이때 마음의 근육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기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이런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명상을 한다거나 다양한 자기 성찰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의 관절이 막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배려와 경청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잘 들어주는 것이다. 경청(傾聽)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다. 건성으로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한다. 주위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 심한 좌절과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이 경청에 익숙하지 못하다. 왜 그럴까? 듣는 연습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며 듣기 때문이다. 자녀와의 대화나 부부와의 대화를 한 번 떠올려 보라.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자녀가 말을 할 때 판단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 적이 얼마나 있는가? 부모는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훈계하고 나무란다. 나 역시 그렇다. 앞뒤가 맞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묻고 자녀의 마음 속 이야기를 다 털어놓도록 해야 한다. 그런 소통의 과정이 공감이며 상처를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임을 나도 뒤늦게 알았다. 설령 자녀의 행동이 밉다고 해도 먼저 당시의 문제 상황에서 겪었을 아픔을 다독여줘야 한다. 그러면 자녀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낸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남자 대학생을 흉기로 잔인하게 찔러 죽인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경악하게 했었다. 그런데 그 청소년들의 말이 우리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서울경찰청 형사과 행동과학팀 프로파일러(범죄심리ㆍ행동분석관)가 청소년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프로파일러들이 놀란 대목은 이들의 성장 배경이었는데 모두 가정폭력, 부모의 정서적 방임, 집단 따돌림 같은 학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기 탓에 이들은 대인관계에 유독 서툴렀고 작은 일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심리상태가 취약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한 말은 바로 이것이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누군가가 자기 얘기에 귀 기울여주며 지지해준 적이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프로파일러는 말했다. 그들이 가진 심리적 상처를 경청을 통해 치유해 주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마음을 열고 자신을 낮추어 역지사지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상대방의 이야기에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표현하기만 해도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경청을 해 준다면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관절 중에 가동관절은 몸의 운동을 맡은 관절로, 무릎과 어깨 같은 부위를 말한다. 뼈와 뼈 사이가 직접 붙어 있지 않고, 사이에 부드러운 관절액 또는 관절막이 채워져 있어 자유롭게 굽히고 펼 수 있다. 이처럼 부드러운 관절액이야말로 경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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