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학생의 학습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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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
남자를 설득하려면 논리적으로, 여자를 설득하려면 감동을 시키라는 말이 있다. 남자는 논리가 우선이고, 여자는 감정이 우선이어서 남자에게 감정적으로 따지거나 여자에게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은 효과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례를 할 때, 신랑에게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따지기 보다는 장미꽃 한 다발이나, 선물을 통하여 감동을 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걸 강조할 때가 있다. 그런데 세상일은 논리보다는 감정이 우선일 때가 많다.

요즘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로 교육청과 도의회, 학부모님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 교육청의 정책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적정규모 학교를 만들자는 것인데, 적정규모 학교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학교가 다르며, 초·중·고등학교에 따라 학생 수의 기준이 다르다. 과대학교가 적정규모의 학교가 아니듯이 소규모학교도 적정규모의 학교는 아니다. 과대학교를 적정규모 학교로 만들려면 학교부지와 건축비, 운영비, 인건비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하므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손을 놓고 있지만 소규모학교는 통폐합 절차를 거쳐 적정규모의 학교를 만드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소규모학교의 장점도 많다. 근거리 통학에 따른 교통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며, 개별지도가 가능하고,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 친밀한 관계 속에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마을 사람들이나 졸업생들에게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향이나 어머니를 생각할 때처럼 가슴이 포근해지는 면이 있으며, 관청이 없는 마을에서는 유일한 관청으로 자리 잡아 마을의 구심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측면에서 보면 소규모학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생참여 활동수업 중에는 토의·토론, 역할극, 조사활동, 회의, 역할극, 모둠활동, 실험·실습, 중창, 합창, 합주, 육상, 구기운동 등이 있는데, 적정 학생 수가 없으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없다. 이런 수업을 학생 4∼5명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소 한 반에 12명 이상은 되어야 바람직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명은 넘어야 할 듯하다. 운동회만 하더라도 학생 수가 모자라 학부모를 동참시키거나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으로 메우고 있다. 또한 특기,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방과후학교 개설이 힘들어 1∼2강좌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교육이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이어서 지덕체를 배우게 하여 전인적인 인간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는 인성함양과 학력지도를 게을리 할 수 없다. 인성함양은 착하게 사는 것만을 가르쳐선 곤란하며, 배려와 나눔, 인내와 절제를 배워 주어야 한다. 학력을 신장시키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동기를 유발시켜주어야 한다. 또한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단련시켜야 하며, 진로나 여가, 문화생활을 위한 특기·적성도 길러주어야 한다.

통폐합을 반대하는 분들은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이 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이나 개발촉진의 기회를 앗아가 버리며, 이농, 공동화, 고령화로 농어촌의 황폐화를 주장한다. 그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제주도는 학교와 학교간 거리가 5∼6분 이내며, 통학버스의 제공으로 충분히 통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농어촌의 황폐화를 가져오는 여러 요소 중에서 유독 통폐합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학교통합으로 이웃마을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회성도 배우고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문제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자녀들의 관점에서, 학습권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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