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북소리 2012’ 참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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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준법지원국장
지난 일요일 모처럼 경기도 파주시에서 열리는 ‘파주 북소리 2012’ 축제에 다녀왔다. 판문점과 임진각이 있는 군사도시 1번지인 파주시가 변화하고 있다. 이미 수천명의 출판인들이 매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출판 문화 클러스터가 있다. 우리나라 출판 문화를 선도하고 사람과 책·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다.

‘파주 북소리’ 축제는 지난해 출판 도시 내 100여 개 출판사와 국내 유수의 출판·독서·교육·문화인들이 힘을 합쳐 시작한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라 한다. 세계 출판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곳이 파주 출판 도시고, 지식 향연으로 승화해 나가는 것이 ‘북소리’ 축제다.

반나절의 방문이라 깊이 있게 살펴보진 못했지만, 출판사마다 자신들이 정성들여 만든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길거리 북카페가 북적였다. 책 출간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듯 사람의 몸과 마음의 위로를 소재로 하는 책들, 생태와 텃밭 농업, 귀농에 관한 책들도 많이 전시됐다.

신간 중엔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제7권이 단연 눈에 띤다. 부제가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으로 제주도에 대한 제주학 안내서다. 몇 년 전에 1·2권을 보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7권까지 쓰고 그게 제주에 대한 얘기라니 객지에서 고향 사람 만난 듯 반가웠다. 문화 유산 최고수 해설가의 지식과 글 솜씨로 해석하고 확장해 놓으니 새로운 감흥과 고향 문화에 대한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다. 책은 역시 잠자던 감성을 일깨우고, 같은 사물도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은 어린이 책 전시 카페다. 관람객 대부분이 30∼40대 엄마·아빠들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빚을 내서라도 희생한다고 하여 ‘에듀푸어’라는 말이 생겨난 대한민국의 부모들이다. 그러니 어린이 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한 보따리씩 사들고 가는 모습은 새로운 풍경도 아니다.

그런데 자식들에게 많은 책을 사주고 읽어주는 정성을 보이는 부모들도 진작 자신이 읽을 책에는 손이 안 간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성인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지난해 국민 독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이 1년 동안 읽은 종이책은 9.9권이다. 한 달 한 권이 채 안된다. 2010년 10.8권보다 한 권 정도 줄었고, 역대 최고치인 2007년 12권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국민의 평균 독서량이 한 달 5∼6권임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식의 최전선인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심지어 대학가에서 조차 서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온라인 서점과 전자책이 발전하면서 종이책을 멀리하거나 직구입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성인들이 책을 안 읽는 이유가 가장 크다.

다행히 최근 인문학 열풍이 거세지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학교나 도서관 등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이나 동호회 등 사적 영역에서도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독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좋은 독서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책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으니 매우 잘된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선박 없이 해전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경제난으로 마음이 어수선하고 연이은 태풍에 상처가 깊지만, 이런 때일수록 독서에 흠뻑 빠져 많은 생각을 녹이고 삶을 재정비하면 어떨까. 아마 그 순간부터 지혜는 깊이를 더해가고 그만큼 인생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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