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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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백록초등학교 교장
중·고등학생 시절, 한라문화제가 열리면 나는 자갈길을 달리느라 털털거리는 시외버스를 한 시간이나 타고 제주시로 향하곤 했다.

문학 백일장이 열리는 북초등학교 그 넓은 운동장에는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사전이나 필기구를 가지고 모여 들어 문협에서 발표하는 제목을 기다리곤 했다.

중·고교 별로 시와 산문 분야에 3명 밖에 상을 주지 않았지만, 필력을 겨루느라 교실 안은 열기가 가득했다.

가장 행렬 또한 신기한 볼거리였고, 그 중에서 중국 사람들이 펼치는 행렬은 압권이었다. 관덕정을 거쳐 원정로를 지나 동문로타리로 이어지는 길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막대발 위에 올라선 중국 사람들의 행진은 참으로 매력적인 광경이라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민족은 고유의 종교나 예술·체육·음식 등의 주제로 축제를 열고 있고,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축제도 많다. 타 민족이나 나라와는 다른 차별성으로 축제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데, 인간 탑쌓기, 토마토 싸움을 벌이는 축제도 있고, 소와 함께 달리는 위험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일본의 축제 ‘마쓰리’ 역시 볼거리가 많다. 신사 모형이나 탑, 심지어는 나무로 만든 남근을 매고 거리를 행진해 구경꾼들을 즐기게 만든다.

태풍 산바로 인해 파행적인 운영을 하긴 했지만 ‘2012 탐라대전’이 막을 내렸다. 탐라대전을 성황리에 치르고자 노력한 흔적들을 보며 주최 측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바람을 주제로 한 행사장의 조형물은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색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고, 하얀 파도를 안은 파란 제주바다와 잘 어울려 이호 해변의 삭막함을 가려줬다.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도 아기자기하게 제주의 멋을 품고 있었으며, 체험관이나 걸궁·민속 예술 공연·무형 문화제 시연 등 제주의 전통을 살리고 학생들이 가진 특기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각종 경연 대회가 열려 도민을 만족시키기에 알맞은 프로그램으로 짜여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구경꾼이 없었다. 개막식이 열리는 날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있었지만, 일요일 내가 다시 찾은 축제장은 썰렁했다. 풍물 놀이장·제주어 말하기장·제주어 시 낭송장에는 출연자만 있고, 관객은 없었다. 행사장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라 도민의 호응을 얻어 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도민들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제주 국제 관악제나 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등의 공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음식을 파는 천막 식당들이었다. 행사보다는 음식을 먹기 위해 축제장을 찾았으니 축제장에는 축제를 즐길 사람이 없는 게 당연하다.

축제란 주최자나 출연자 못지않게 구경꾼이 있어야 제 맛이다. 사람이 모이지 않은 행사나 공연·체육 대회가 맥 빠지는 것은 공통일 듯하다.

TV를 통해 브라질의 삼바 축제를 보면 행진하는 무용수들의 화려한 의상이나 춤도 인상적이지만,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몸을 흔드는 구경꾼의 모습이 흥겹다. 삼바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나 구경꾼이나 혼연일체가 되어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도민 모두가 탐라대전이나 탐라문화제 같은 축제장에 나가야 한다. 우리가 축제를 외면하면 제주의 문화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축제를 통해 도민과의 화합을 모색하고, 전통 문화를 발전시키며, 우리가 가진 보물들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구경꾼으로 북적이는 ‘2013년 탐라문화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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