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첫 서리
한라산 첫 서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9월이 끝자락으로 줄달음치니 계절의 변화가 하루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 22일은 추분(秋分)이었다. 24절기 가운데 16번째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날이다. 시나브로 밤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어지간히 남은 해꼬리를 볼 수 있었던 퇴근길에도 어스름이 비친다.

추분은 말 그대로 계절의 경계지대를 벗어나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섬을 뜻한다. 속담에 ‘추분이 지나면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다’고 했다. 천둥소리가 그치고 벌레들도 보금자리를 챙기며 추위에 대비할 시기다.

그래서인지 새벽녘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 같다. 여의어가는 햇살, 그를 머금은 오곡백과의 누런 색조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한라산에는 첫 서리가 관측됐다고 한다.

지난 20일 해발 1700m 윗세오름에 아침 기온이 영하 0.2도를 기록하며 첫 서리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서리는 작년에 비해 이틀이 빠르고, 기온 역시 2002년 한라산에 자동 기상장비가 설치된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영하로 떨어졌다.

서리는 밤낮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수증기가 지표면에 얼어붙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야간에 바람이 없고 하늘이 맑으며 새벽기온이 떨어지는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서리 발생시기가 갈수록 늦어진다 하더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때로는 더딘 듯, 때론 빠른 듯 하지만, 자연의 섭리, 계절의 변화는 어김 없다.

▲한낮은 여름이지만 가을 색조는 하늘거리듯 여기저기 넘실댄다. 그 빛이 갈수록 여의어가면 낙엽이 눈처럼 내릴 것이고, 그 낙엽위에 서리가 소리없이 내려앉을 것이다.

어쨌든 산간엔 때 이른 서리가 내렸다하니 마음엔 벌써부터 찬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한 두 달 전만 돌이켜봐도 숨가쁜 날의 연속이었다. 끝간데 없는 무더위와 열대야, 그리고 전례 없는 ‘트리플 태풍’까지. 이 계절이 더욱 청명하고 반가운 건 그런 계절의 시련을 견뎌냈기 때문이다.

아우성치던 폭염, 태풍이 아득하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느 덧 서리까지 내렸다.



오택진 논설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