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부하는 자(者)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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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세화고등학교 교장/수필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의 첫 구절이다. 학습(學習)은 기쁨을 전제로 해서 사람의 기본 도리를 갖추는 첫 걸음이자,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평생 학습 시대인 지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습(習)’보다 ‘학(學)’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과학고를 비롯한 특목고 입학이 자기 주도 학습 전형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도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강조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입학 제도와 교육 환경이 바뀌고, 시대가 변했는 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 학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선행 학습 위주로 행해지는 사교육의 팽창이다. 또 초등학교에서도 문제 풀이식 학습 활동이 퍼지면서 수업 시간에 토론 수업, 탐구 학습 등 문제 해결식 수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 예습과 복습에 충실한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한다’는 상식이 구태의연한 옛말이 되어 버렸고, 남보다 빨리, 남보다 많이하는 공부가 대학 진학을 좌우한다는 이상한 풍조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어떻게 키워 줄 것인가?

첫째,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습(習)의 과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습의 과정이 바로 자기 스스로 배운 것을 자기화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남이 가르쳐줘 알고 있는 지식은 맛보기 정도의 수준이다. 배운 것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이 바로 습(習)인 것이다.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서 바로 자전거를 탈 수는 없는 것처럼 배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자기화 과정을 거쳐야만 똑똑한 바보가 되지 않고,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기 능력이 되는 것이다. 습(習)을 중요시 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학생 스스로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하고, 어렵더라도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학습 방법을 세워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둘째,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학교 현장에선 오직 대학 입시를 위해 최단 기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교사 주도의 선다형 문제 풀이식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은 오답 노트 등 핵심적인 요점 정리를 통해 장차 수능에 출제될 문제의 답을 빠르게 찾는 방법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쩌면 대학 입시가 유치원의 교육 활동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 학생들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 고득점이라는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니라 즐겁게 하는 공부, 배운 것을 삶 속에서 되살려 낼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의 교실 수업 방법 개선이 급선무고, 학교 교육에 대한 교육자와 학부모들의 인식도 개선되야 한다. 이와 병행해서 입학사정관제 전형 확대 등 대학 입시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제주에서부터 ‘논어’의 첫 구절에 내포된 학(學)과 습(習)의 참의미를 재음미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삶의 현장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키워내야 한다. 마지막 승부의 열쇠는 다름 아닌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에 달려 있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은 평생 교육 시대에 살아남는 필요 조건이자 자아 실현의 충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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