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트라우마센터’건립
‘제주4·3트라우마센터’건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관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소설가
광주트라우마센터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은 5·18 참가자를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말한다. ‘일방적으로 당한 사람’이 아니라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있는 ‘생존자’라는 뜻이다.

그는 국가 폭력 피해자를 치유하는 전문가지만, 그 또한 국가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는 고교 3학년 때, 5·18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다가 진압 전날 옛 전남도청을 빠져나왔던 것이 ‘살아남은 자의 상처’로 남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는 전남대 의대 재학중이던 1985년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다. 공안 기관에 끌려가 60일 동안 고문을 당한 끝에 거짓 자백을 했지만, 전향서를 쓰기를 거부해 14년 갇혀 있었다. 1999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출소했지만, 그는 여전히 불안과 상처를 안고 산다고 말한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 건립 논의가 닻을 올렸다. ‘강창일’ 국회의원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공동 주최한 ‘4·3특별법 개정과 4·3트라우마 치유 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정책 간담회도 열렸다. 이어 ‘강창일’ 의원은 4·3희생자 및 유족 등을 위한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내용으로 한 ‘제주4·3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트라우마(trauma)는 의학 용어로 ‘외상(外傷)’을 뜻한다. 심리학에선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트라우마의 예로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을 때 불안해진다.

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고문 및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재활·치유센터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 73개국에 170여 개의 트라우마센터가 이미 설립되어 있다. 미국에만 30여 개가 운영되고, 아시아엔 인도·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15개가 있다. 그리고 남아공·아르헨티나 등 군사 정권 아래 있었던 나라들, 칠레 같은 대량 학살이 있던 나라들이 과거 청산을 하면서 명예 회복, 진실 규명뿐만 아니라 국가 폭력 희생자들을 치유하는 센터들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치유센터를 만드는 이유가 그 나라들이 과거 청산을 하면서 보고서를 내는 데, 그 핵심 내용이 국가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고통 당한 피해자의 치유가 소홀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주4·3트라우마센터’도 마찬가지다. 제주4·3 관련 생존자와 피해자의 경우,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 폭력에 의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 및 재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고통을 당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망각’에 맞서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기 위한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서 ‘제주4·3트라우마센터’ 건립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과제다.

특히 제주도는 공동체 자체가 국가로부터 폭력을 입었기 때문에 공동체가 같이 치유를 받아야 한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적이다. 그래서 깨어있는 시민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늘 깨어있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하는 것은 우리를 지켜주는 진돗개에서 우리한테 달려드는 사냥개로 변한다. 국가를 감시하고, 국가 폭력을 제어할 수 있는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 국가 권력은 늘 아무나 물려고 하는 게 속성이다.

국가로부터 야만적인 폭력을 겪고, 죽음의 고통을 겪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지고 살아온 제주도민. 제주4·3을 겪은 분들을 위한 ‘제주4·3트라우마센터’는 절대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