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원회의 탐라영화제 개최 계획안이 예산 반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산됐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 개최를 목표로 계획을 세웠지만 국내의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지 못하면서 중앙정부를 설득하지 못한 채 추진이 무산됐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도 영화제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이 크다. 그러나 뚜렷한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제천영화제는 국제음악영화제로 차별화하여 음악에 관한 영화, 음악이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고 부천영화제는 판타스틱영화제라는 전략을 내세워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르영화제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 것인가? 제주영상위원회는 탐라영화제를 계획하며 제주만의 색깔을 입힌다고는 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프랜차이즈 영화제 전략 검토를 제안해본다. 프랜차이즈 영화제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영화제를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해외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영화제 노하우와 기본 포맷을 따르되, 지역에 맞게 행사 내용 및 규모를 조정하는 영화제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트라이베카 영화제와 선댄스 영화제가 있다.

독립영화계의 메이저로 꼽히는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 유타주에서만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영국 런던에서도 열린다. 그런가하면 최근 들어 선댄스보다 더 높이 평가받고 있는 트라이베카 영화제(Tribeca Film Festival)는 뉴욕에서만이 아니라 카타르의 도하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필자는 도하 트라이베카 영화제처럼 ‘제주 트라이베카 영화제’(Jeju Tribeca Film Festival)를 제안해 보고 싶다. 영화제의 핵심은 초기 인지도 확보이며 더욱이 제주도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면 도민들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과연 육지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냐 하는 문제가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스타파워를 통한 전 세계 미디어 유치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선 대외적 인지도 상승이 가능하고 영화제와 제주도 관광 연계를 통한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트라이베카 영화제와 같은 인지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영화제와 연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전략일 것이라 판단된다.

영국 가디언(Guardian)지가 세계 10대 영화제의 하나로 선정(2012.4.19)했고, 미국 타임(TIME)지는 대중에게 열려있는 세계 5대 영화제의 하나로도 선정(2008.4.16)한 바 있듯이 트라이베카 영화제의 인지도는 세계적이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9·11 테러로 침체된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의 정신적, 경제적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2년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전설적인 억만장자 조나단 티시 등이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반(反)테러를 표방하는 트라이베카 영화제가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신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2011년 실적만 보더라도 12일인 영화제 동안 참가 인원이 40만명이 넘었으며, 상영작이 513편이고, 티켓구매 관람객만 9만4000명 정도였다. 언론보도로 추산 가능한 지역 경제 효과만 보더라도 7억2500만달러(832억원)에 이른다.

도하 트라이베카나 남아프리카 트라이베카가 그렇듯이 제주 트라이베카 영화제도 결코 꿈이 아니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에서 영화제를 해보겠다면 적어도 이런 정도의 꿈은, 이런 정도의 전략은 내세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 영화제를 하려면 당연히 제주트라이베카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민간이 앞장서고 특별자치도가 지원을 하는 체제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