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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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다층 편집주간
‘인사’는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이라고 사전은 설명한다. 인사는 상대와 벽을 허무는 첫걸음인 동시에, 인사를 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행동이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인사는 아주 강한 에너지를 담고 있다. 식물에게도 좋은 말을 지속적으로 건넬 경우 그 꼴이 아름답게 변화한다고 한다. 그렇듯이 그러한 에너지를 가진 인사는 상대방과 본인의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 존재의 확인으로 시작하여 관계의 질서를 확립하고 관계의 상태를 진단하고 관계의 상처를 치료하는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본 사람들은 왜 이 말이 강조되어야 하는지를 금방 알아챌 것이다. 제주를 방문한 많은 지인들은 공항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불친절을 이구동성으로 말하곤 한다. 택시를 탔을 때,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하는 인사를 들어봤다는 사람은 열에 한둘 있을까 말까이다. 심지어 승객이 말하기 전에 ‘어디까지 모실까요?’ 묻지 않는 기사도 많다. 공항 택시는 우리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제주관광의 이미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지역의 첫 이미지는 말이 아니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적인 자연 자원을 보유한 동시에, 세계7대자연경관이라는 명예를 획득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관광은 첨단의 서비스업으로서, 서비스의 시작과 끝은 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얘기라 너무 어처구니없게 생각할 사람도 많을 듯하다.

언젠가 필자가 전남 영암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화여대 조소과 교수들의 설치미술전 '구림프로젝트'를 했던 기간이라고 기억이 된다. 완도로 배를 타고 영암터미널에서 구림리로 가는 택시를 탔다. 기사에게 구림리로 가자고 부탁을 했더니, 영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안내를 해 줬다.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만난 택시 기사도 친절뿐만 아니라, 안내하는 내용이 해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또 한 번은 대구공항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이다. 행선지를 얘기했더니, 어느 코스로 가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지리를 잘 모르니 빠른 길로 가자고 하고, 코스를 왜 묻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기사 하는 말이, 손님마다 원하는 코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강변을 따라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길, 빠르게 도심을 통과하는 길, 팔공산을 끼고 드라이브 코스로 가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승객들의 직업과 취향을 짐작하고, 연령에 맞춰 음악 CD를 갈아 넣기까지 했다.

‘운전’이라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강도의 ‘노동’임을 운전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안다. 자가운전자도 그럴진대, 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생면부지의 손님을 모시는 일이 결코 녹녹치 않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손님’이기에 그들을 대하는 기사의 태도는 더욱 예의바르고 친절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승객이 없다면 택시라는 교통수단이 왜 필요한가.

승객을 대하는 교양과 태도가 갖추어진 택시 기사를 알고 있다. 그는 늘 하는 일이 흥겹다. 심지어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 제주 관광을 홍보한다. 그가 손님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영업이 안 되고, 사납금이 너무 많다거나, 연료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우는 소리만 할 게 아니고, 제주 관광의 첨병으로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제주 택시는 세계적인 관광지의 격에 맞는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생각만이 아니라, 오늘부터 문을 열고 타는 승객들에게 밝고 친절한 표정과 음성으로 ‘어서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인사를 건네자. 자신의 마음부터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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