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터 스포츠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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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숄츠. 코리아컨설트 대표
나처럼 한국에 사는 많은 외국인들은 자동차 생산국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한국이 여전히 모터 스포츠와 거리를 두며 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의 자동차 제조산업을 인정하고 심지어 두려움을 갖게 된지는 이미 오래다.

카레이싱의 본고장이 유럽이고 F1 세계자동차경주대회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안다. 자동차 경주로 유명한 르망이나 뉘어브르크 서킷은 한국 사람들에게도 꽤 알려져 있다. 자동차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드 자동차가 처음 생산된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의 500마일을 달리는 ‘인디500’이나 개조한 자동차로 경주하는 ‘나스카’ 또는 ‘드래그 레이싱’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대한 이같은 사랑과 자부심, 그리고 생산이나 소비 과정에 있어서 ‘빨리빨리’(한국에서 내가 제일 먼저 익힌 단어) 태도가 더해진 자동차에 대한 열정은 모터 스포츠에서는 그다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자동차 생산국들 중에서 한국이 어떻게 그리 빠르게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랐는지 그리고 택시와 버스 기사들의 그 엄청난 운전솜씨를 보면 한국은 확실히 모터 스포츠에 충분한 재능이 있고 더 많은 참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실제로 카레이싱 선수 못지 않게 전문적인 운전 실력을 가진 택시기사들의 차를 타본 경험이 있다)

물론 한 스포츠의 인기를 올리고 싶다면 정체성이나 연대감이 느껴지는 팀이나 선수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박세리가 없었다면 그렇게 갑자기 온 나라 전체가 골프에 열광하기 싶진 않았을 것 같다. 큰 이벤트는 한국인의 ‘화이팅 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어 왔다.

나는 사실 한국팀이나 한국인 선수가 없지만 F1 국제자동차경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불붙듯 일어나길 바랐다. 그러나 지금까진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방문객의 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전히 낮고 엄청난 규모의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디어의 관심도 크지 않다.

2010년에 있었던 1번째 경주를 떠올려보면 그야말로 카오스였고, 심지어 2011년에 한국에서 F1경주가 계속될지 확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영암에 찾아오는 레이싱팀에게 나는 자신있게 “내년에 다시 봅시다!”라고 인사하고 다음해 경기가 취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슬슬 앞으로 다가올 매년 F1경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고조되기를 희망하며 어쩌면 대선이 지난 후에는 한국의 행정가를 비롯한 중앙 정부 그리고 기업들이 이 같은 빅이벤트를 지원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다시 깨달아 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때엔 영암만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모터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 강원도 인제에서 새로운 서킷이 공사중에 있고 내년이면 아시아 르망 레이스를 비롯, 다른 경주 대회 또한 개최될 예정이다. 혹시 앞으로 모터사이클 세계 챔피언십이 한국에서도 개최될 수도 있을까? 아니면 현대와 기아에서 홍보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 개발에 있어 모터 스포츠의 세계 최강과 겨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진 않을까?

한국의 자동차가 싼 자동차이기 때문에 구입하던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났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는 매우 섹시하게 디자인되고 있으며 퍼스트 클래스를 대변할만한 멋진 옵션과 좋은 엔진 또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다음 스텝으로는 모터 스포츠를 글로벌 마케팅 도구로서 껴안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는 요즘 들어 한국인들이 수입차 구입을 더욱 선호하는 지금의 트렌드를 바꿔 놓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훗날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신의 자동차 박물관에 레이싱 트로피들과 함께 세계 경주에서 우승한 레이서들의 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들을 소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유산을 만들어 가는 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모터 스포츠 역사에도 손기정 선생과 같은 영웅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소망한다.

현대 i20 랠리카나 현대 자동차의 수퍼 GT 레이싱 대회 참여는 새로운 도약들이다. 만약 한국의 자동차들이 모터 스포츠의 강국들과 겨루는 자리를 보게 된다면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한국이 모든 면에서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모터 스포츠를 받아들이고, 한국의 우수한 자동차 산업과 그에 대한 열정을 세계에 알리기에는 지금이 더 없이 좋은 때라고 본다. 편하게 의자에 앉아 멋진 쇼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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