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내보이는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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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前 중등교장/시인
“우리 학급에서 최고는 105점.”

담임 선생님은 지능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1962)였다. 그 당시는 그것도 발표했었다. 아이들은 지능지수(IQ)가 무엇인지 조차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검사를 받았었다. 각각 머리가 얼마나 좋으며, 누가 가장 똑똑한가를 알아보는 것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다. 100점 넘는 시험도 다 있나? 어떻든, 그 105점짜리 학생은 후에 버클리 박사가 되었다.

자연 현상이든, 사회적 조직이든, 심지어 인격적 틀까지도 숫자로 내보여야 하고, 또한 그것을 요구하는 세상이 됐다.

애기가 탄생의 첫 울음을 내는 즉시 저울에 올려놓는다. 몸무게를 잰다. 정상아인지 미숙아인지를 그 숫자로 일단 구분한다. 학생들의 수행평가도 역시 숫자로 나타내어야 한다.

그게 전시물(Exhibition)형식이든, 보고서(Report)형식이든, 아니면 체육 기능이나 음악 가창과 같은 퍼포먼스(Performance)이든, 그 평가의 결과는 숫자로 바뀐다.

사람은 물론 사회적 조직을 포함하여, 살아있는 모든 유기체는 숫자로 나타낸다. 2012 교육청 평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전국 1위다. 이 또한, 각 평가 영역의 추진 과정 및 실적이 준거(準據)에 의하여 등위 숫자가 주어진 것이다.

사람을 드러내 보이는 숫자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머리에 관련이 많다고 보는 지능 지수(Intelligence Quotient), 가슴에서 우러나는 감성이 얼마나 넓고 큰가를 보여주고 있을 것이라는 감성 지수(Emotional Quotient), 어려운 난관을 얼마나 잘 극복하여 나갈 수 있을까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는 역경 지수(Adversity Quotient), 양심이나 도덕적 틀에서 어긋나지 않게 얼마나 자신을 잘 맞추어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도덕 지수(Morality Quotient), 창의력 지수(Creativity Quotient) 등 사람은 끊임없이 해부되며 해부된 각 부위 영역에 숫자가 또한 붙여진다.

시대는 바뀐다. 아무리 바뀌어도, 그 모든 시대는 부모의 세대와 자녀의 세대로 구분된다. 앞의 숫자들을 바탕으로 볼 때, 현시대의 부모의 세대와 자녀의 세대는 공통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요즘 젊은이들이 부모의 세대 보다 지능이 높다? 감성이 풍부하다? 역경을 잘 극복한다? 양심이나 도덕적 틀이 튼튼하다? 창의성이 많다? 어느 것에서 어떤 답이 나올까?

질문 자체가 답변을 암시할 수도 있을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든 요즘 세대들은 역경 지수가 상당히 약한 편이라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필자가 새롭게 내놓고 싶은 것은 ‘나눔 지수(Sharing Quotient)’이다. 우선 쉐어링(Sharing)에 대하여 어법적으로 풀어보자. 어느 부자(父子)가 부전자전(父傳子傳)적으로 인색함이 특성이라면, 그들은 그것을 ‘똑같이 지님(sharing)’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형제가 방 하나를 같이 쓰고 있다면 그 형제는 ‘방을 같이 씀(Sharing)’하고 있는 것이다. 형이 빵 하나를 동생과 나누어 먹었다면, 이 또한 ‘빵을 나누어 먹음(Sharing)’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나누어 먹는 지수’가 ‘사람다움을 보여주는 지수’다. 머리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지수가 있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으로 믿어지는 지수도 있지만, 손(Hand)에 든 것을 나누어 주는 지수, 그게 바로 나눔 지수(S.Q.)이다.

사람을 내 보이는 이 숫자들은 고정적(固定的)인 것과 가변적(可變的)인 것으로 또한 구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눔 지수는 가장 가변적이다. 현재 나의 나눔 지수(S.Q.)는 얼마이며,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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