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삶을 지켜주는 색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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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모발과 피부의 색깔처럼 단풍의 내면 세계도 흥미롭다. 가을이 되면 녹색을 관리하던 엽록소는 분해되는 반면에 적색류를 표출하는 안토시안계가 생성돼 잎은 적색으로 옷을 바꿔 입는다.

 

잎이 황색계열로 치장하는 것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인 카로틴(carotene)과 크산토필(xanthophyll)류의 장난에 의한 것이다. 이런 카로틴과 크산토필은 구조적으로 상이하여 그 성질도 상당히 다르다. 카로티노이드는 동·식물계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색소이며 식품의 착색료로도 애용된다.

 

갈색류는 탄닌(tannin)계 색소에 의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탄닌은 그 종류에 따라 약간씩 색조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갈색이다. 이들은 각종 금속 매염제와 반응하면 천에 다양한 종류의 색이 표출된다. 이 탄닌은 식물 자신를 보호하기 위한 방부제 역할을 한다.

 

요즘은 등산복처럼 알록달록 화려한 색깔을 지니고 있는 채소와 과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로 통칭되는 식품의 색소 성분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색깔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개개의 다른 색소 성분이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초록색, 하얀색 등 다양한 색깔을 뽐내며, 각 색깔별로 인간에 유익한 기능과 효과를 선물한다. 딸기, 자두 등 레드푸드(red food)는 안토시안, 당근, 호박, 파프리카 등 옐로푸드(yellow food)는 카로티노이드가 함유되어 있기에 과일과 채소가 제구실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들로부터 아름다운 색, 즉 에너지를 먹는다. 이들이 잉태·성장시킨 색소들은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인간은 일상적 삶에서 무슨 색을 먹고, 어떤 색을 입고 덮고 생활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어린이들 생활공간의 벽지는 어떤 색으로 하면 정서가 안정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이다.

 

오늘날에는 천에 자연의 색을 입히는 작업, 천연염색에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천염염료 즉 쪽, 홍화, 감, 치자, 쑥, 황토, 양파 껍질 등을 이용하여 천연염색을 할 때도 여러 가지 멋스러운 색깔이 천을 바탕으로 재탄생한다.

 

자연의 색을 직물에 옮기는 재료와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이 연출되며, 이것 또한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는 매개체이다. 태양과 자연의 에너지가 직물에 스며든다. 우리는 색에 따른 다양한 에너지의 흐름을 모르고 살아간다. 이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자연의 빛깔에서 뽑아낸 천연염색은 색감이 오묘하고 다른 색깔들과 잘 어울리는 화합형이며 세월 속에 스스로 바래며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겸양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

 

모발의 성장·분리 과정과 자연환경 속에서 식물의 생장 과정이 유사하며 경이롭다. 앙상한 가지, 새잎이 나지 않은 헐벗은 가지에 벚꽃이 피어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담스러운 꽃 주위에 연한 푸른색이 감돈다. 꽃은 이 푸른색 물감에 자리를 내준다.

 

이때 바람에 의해 꽃이 만들어내는 ‘하얀색 바람’은 장관을 이룬다. 꽃들이 이별을 고하는 춤사위가 가슴 설레게 한다. 또 여름 동안 출렁이던 푸른 물결은 적·황·갈색 등으로 변한 후에 미련없이 자연의 밑거름으로 돌아간다.

 

자연환경, 자연섭리의 물결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자연의 순환은 너무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움이 아름다움 자체이기에 자연은 인간의 건강을 지켜주며, 자연과학은 삶 자체의 체계적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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