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두 얼굴
소비자의 두 얼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정숙 제주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소비자는 소비행동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행동과 잠재의식 사이에는 전혀 다른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방금 옷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다가가 ‘옷을 선택한 기준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첫째가 가격, 둘째가 제조회사, 다음이 디자인, 색상 순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그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한 바로 그 자리에서 판매원에게 소비자에게 했던 같은 질문을 하면 결과는 전혀 다르다. 첫째가 색상, 둘째가 디자인, 제조회사, 가격 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소비자가 주체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가격보다 색상과 디자인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내면에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격이라는 현시욕이 작용하고 있다.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 경제인’과 ‘감성적 비경제인’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품질이 좋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은 기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예쁜 제품을 선택한다. 점심은 2,000원짜리 김밥 한 줄로 때우면서 디저트는 우아하게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에서 즐기고 싶어 한다. 비록 점심 값보다 비싼 4000원을 지출하더라도 우아함을 즐긴다. 말이나 머리로는 환경을 보호해야한다고 하면서도 누렇고 우툴두툴한 재생 용지 공책을 사용하기 싫은 것이다.

판매자들은 판매 전략을 수립할 때 소비자의 이러한 두 얼굴을 이용한다. 전통적으로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해 왔던 제품의 경우는 과감하게 합리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반대로 소비자의 합리성에 호소해 왔던 제품의 경우는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소비자의 가치를 혁신시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할 때, 또는 새로 나온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는 소비자의 생활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판매전략을 수립한다.

스위스 브랜드인 스와치(Swatch)시계는 ‘정확한 시각을 알도록 해준다’라는 시계의 합리적 기준에서 벗어나 ‘멋진 나를 표현한다’는 패션 액세서리로 다시 태어나서 소비자의 가치를 혁신시켰고 히트하였다. 스와치시계는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음식점의 경우는 ‘맛있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보다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합리성에 호소하여 새롭게 소비자들을 모을 수 있다. 일본 여성들에게 김치의 인기가 시작된 것도 ‘살이 빠진다, 다이어트에 좋다, 건강에 좋다’는 합리적 기능성이 입증되면서 ‘매운맛’의 감성을 참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행동과 잠재의식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움직인다. 과거처럼 맹목적으로 외제를 선호하거나 의무감으로 국산품을 이용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차별화된 제품과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소비자의 생활 전체를 고려하고, 그 생활의 한 분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사회의 변화를 소비자의 마음과 연결시켜 앞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잠재의식을 보일 것인지 추론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하도록 한다. 소비자들이 보여줄 욕구의 논리를 미리 파악하여 이에 맞추어 기업활동을 하고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그런 기업이 성공을 하게 된다.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합리적 소비행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