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도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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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명종 때 일이다.

 

관리 노극청이 일을 나간 동안 그의 아내가 은 12근을 받고 집을 팔았다.

 

워낙 가난해서 호구지책으로 한 일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노극청은 집을 산 현덕수를 찾아가 3근을 돌려주려 했다.

 

전 주인에게서 9근에 집을 사서 수리하지도 않았는데 3근을 더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재물을 탐하는 것은 의(義)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덕수는 이미 매매가 이뤄졌으므로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다 결국 3근을 돌려받아 절에 시주했다.

 

‘고려사 현덕수전’에 나오는 얘기다.

 

▲지위가 높건 낮건 공직에 있는 동안 재산을 늘리지 않는 것이 예전 관료사회의 법도였다.

 

그 도리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덕목과 결합돼 감시의 눈이 없어도 웬만큼 지켜졌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관리는 바른 몸가짐과 청렴한 마음으로 청탁을 물리쳐야 하며 씀씀이까지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는 못할 망정 걸핏하면 나랏돈 빼돌리는 일부 공직자들의 몰염치한 행태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만 하다.

 

도덕의 기준과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인가.

 

▲전남 여수시 회계과 8급 공무원이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3년여 간 빼돌린 공금은 무려 76억원에 이른다.

 

경북 예천군의 한 직원도 허위 공유재산 매각으로 4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완도군, 제주시, 통일부 등에서도 직원의 공금 횡령 사실이 잇따라 국민들 속을 뒤집어놓고 있다.

 

공직사회에 세금 도둑이 활개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우리 속담에 열 사람이 한 명의 도둑을 못 지킨다고 했다.

 

기본은 결국 공직자들의 마음가짐이다.

 

혹시 ‘부정의 유혹’에 휘말리거든 조선조 청백리의 표상, 류관의 유훈을 기억할 일이다.

 

‘우리 집안에 길이 전할 것은 오직 청백이니,대대로 끝없이 이어지리라(吾家長物唯淸白 世世相傳無限人)’
함성중 편집국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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