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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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30일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대선 후보 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양 진영 간 신경전이 날카롭게 펼쳐지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은 처절한 전쟁이 될 것이라는 점은 뻔한 일이다.

시계바늘을 10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02년 제 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1월 대한민국 대선전은 급격하게 요동을 쳤다. 2002년 11월 9일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진영이 단일화 협상을 공식적으로 개시하면서 정책검증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두 후보 간의 단일화 방식만이 집중 조명됐다.

당시 두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 개시 후 ‘경선’과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일주일 정도를 대립하다가 15일 두 후보의 회동으로 ‘TV 토론 후 여론조사’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부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는 계속됐다. 양 측은 11월 17일 세부 협상안을 타결했으나 정 후보 측이 여론조사 방법의 언론 유출을 문제 삼아 재협상을 요구해 진통을 거듭하다가 22일 예정된 TV 토론 직전에야 최종 합의했다. 단일화 방식 타결에만 13일이 걸린 셈이다.

정몽준 의원은 2011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노 후보 쪽은 프로였고, 우리는 아마추어였다’고 회고했다. 백전노장이 즐비한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여론조사에 임했으나 정당기반이 없는 정몽준 후보 측은 여론의 지지를 믿었지만 대결은 싱겁게 끝나 버렸다.

그 후 정몽준 후보측은 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밤 전격적으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당시 언론들은 정 후보측의 철회 배경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정 대표 측이 이달 초 총리, 국가정보원장, 외교통상장관, 국방장관, 통일장관, 법무장관을 반드시 포함시켜 전체 각료의 절반을 국민통합 21측에 배분할 것을 요구했다. 정 대표 측은 또 국영기업 등 정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산하단체장 몫의 절반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국민통합 21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당선 후 국정혼란이 빚어져)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며 “그것보다는 (낙선해서) 실패한 후보가 되는 것이 낫다”고 막판까지 요구를 거부했다.’ 단일화의 후유증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정 후보가 자신만의 정책을 갖고 국민과 소통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현재 대선 정국에서 후보 단일화는 야권에게 대선승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정치공학적 승부수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선거승리라는 정치공학적 셈법을 버려야 한다. 안철수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1일 브리핑에서 “각 후보가 나름 고유의 정책과 비전을 갖고 국민 앞에서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과의 소통이 우선이고 후보 단일화는 추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동감한다. 각 후보들은 자신의 정책을 밝히고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후보로 출마했다는 것은 승리를 위해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들은 자신만의 비전과 정책을 갖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 비전과 정책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지난 31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만 함몰되면 국민이 더 실망하고 잘못하면 실패로 가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정확한 상황 판단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보다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먼저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이 그 후보의 정책과 비전의 진실성을 받아들인다면 단일화를 이루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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