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선 도내 모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지를 훔치는 일도 있었다.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밤에 학교에 몰래 들어가 중간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것이다. 이 돌출 행동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 원인의 중심엔‘고입’이라는 고난의 장벽이 있다. 그를 넘기 위한 학생들의 빗나간 행위인 것이다.
이처럼 제주시 일반계고의 입시경쟁은 치열하다못해 학생들의 삶을 멍들게 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합격선을 넘나드는 소위 ‘딸랑이’들의 불안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내 중학생 사교육 참여율 ‘부동의 전국 1위’라는 타이틀은 해마다 200명 안팎 탈락자가 나오는 치열한 고입 연합고사의 소산이다. 입시 통과가 불투명한 일부는 타 지방으로 역경의 조기 유학길에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다시 도내 학교로 들어오는 역전학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내 중학생들이 제주에서 태어난 것이 무슨 죄이길래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서울지역 중학생들은 일반계고 진학률이 85%를 웃돈다. 반면 제주시 동지역 중학교 일반계고 진학률(평준화 지역)은 45% 정도다. 제주에서는 대학가기보다 일반계 고교 가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물론 입시경쟁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도가 문제다. 지금처럼 조기(早期)에 진을 다 빠지게 만들고, 사회경제적 부담과 손실을 초래하는 고입경쟁의 각박한 현실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30년이 흐른 현행 고입 제도가 전적으로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노정돼 있는 만큼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이 이를 공론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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