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유전자 확보와 선진 기술의 산물 ‘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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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선진국, 일본에서 배운다(6회)
소가 일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송아지는 10마리 미만이다.

아무리 우수한 씨수소의 정액을 사용한다 해도 능력이 낮은 암소에게서 태어나는 송아지의 유전 능력은 어미의 영향을 받아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정란이식 기술을 이용하면 고능력 암소가 일생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송아지를 1년 안에 얻을 수도 있다.

육질의 우수한 일본 와규(和牛)는 이처럼 우수한 유전자 확보와 선진 기술을 통해 얻어진 가축육종의 산물이다.

씨수소, 즉 부계혈통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 우수한 정액을 농가에 활발히 보급하고 있다. 반면 번식능력이 좋은 암소 만들기에 대한 투자와 신기술 습득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무리 씨가 좋아도 밭이 시원찮으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국내 검증 체계는 당대 및 후대 검정을 통해 우량 씨수소를 집중적으로 선발하는 고전적 방법을 답습하면서 산육능력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실정이다.

제주흑우 개량에 있어서 보증 씨수소 못지않게 우수한 씨암소 선발과 육성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일본가축개량센터는 앞선 기술인 ‘OPU 방식’을 활용해 왔다. OPU(Ovum Pick-up:난자 채취기)란 살아있는 암소의 난소에서 초음파 기구를 이용해 난자를 직접 채취하는 첨단기술이다.

4개월간 50개 이상의 수정란을 생산할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우량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우량 암소의 난자를 얻기 위해선 도축된 소의 난소에서 채취하거나 호르몬을 이용하는 등 일회성이면서도 과도한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왔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이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 ‘제주흑우 명품 브랜드 육성’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선 정연길 이티바이오텍㈜ 박사는 “일본과 미국 등에선 슈퍼 암소를 비롯해 많은 소에서 이 기술을 이용, 후계소를 선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제주흑우도 OPU 방식으로 난소를 채취해 우수한 유전자에 대한 재활용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또 “일본의 경우 국가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체외 배양기술을 개발하면서 고능력 수정란 이식 및 수태효율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며 “일본 농가들은 인공수정으로 생산된 개체보다 고급육 비율이 매우 높은 수란우(대리모)의 수정란 이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호쿠대학 사토 에이메이 교수도 “선진 번식기술은 와규 개량의 실행 수단이었다”며 “제주흑우 역시 인공수정은 기본적인 기술이 돼야하고, 수정란 이식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수입 자유화 이후에도 와규가 외국산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안전과 위생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와규산업에 위기감이 고조됐었다.

이에 맞서 생산·유통업계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소고기 브랜드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고, 협회의 인증서와 혈통등록증을 구비했으며 원할 경우 복사해서 주기도 했다.

가축질병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에게 ‘와규 브랜드는 믿을만 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련의 위기가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광우병 등 가축질병 파동 이후 일본 육류시장은 수입 고기와 와규로 이분화되면서 가격 차를 더 벌려 놓았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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