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20년과 농업·농촌 정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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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준법지원국장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고 20년이 지나면서 우리 농업·농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WTO 출범과 FTA 확대로 농업은 글로벌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농업 정책은 다른 산업에 상대적으로 밀려나 농지는 줄고 식량 자급률은 떨어지고 있다. 농가 인구는 300만명 밑으로 감소한데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 안전망의 도·농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1990년 대비 농림업 생산 금액은 2.3배 증가했지만 농촌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상위 20%의 농가와 하위 20% 농가의 소득 격차는 11.7배로 2000년 7.6배에 비해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농가 판매 금액이 연간 500만원 이하의 농가가 절반이 넘는다.

성과도 있다. 시설 농업화가 촉진되고, 지역별 농산물의 특화와 APC 등 대형 유통 시설의 설치로 상품성 제고와 유통 효율화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또한 같은 품목이라도 지자체간 경쟁 촉진으로 대부분의 농산물 품질이 좋아지고, 품질과 지역에 따른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별 고유 브랜드 개발과 배타적 지리적 표시제 도입, 대형 유통 업체에 대한 마케팅과 수출 촉진으로 소비지 변화에 신속 대응하고 있다.

농촌 개발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농촌을 농업의 장소로서만 보지 않고 농촌에서의 삶과 농업 생산 활동을 동시에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차와 2·3차 산업이 복합된 6차 산업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여가 공간이나 경관으로 제공함으로써 자연 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유지하는 힐링의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서귀포시 가시리와 제주시 낙천리 등의 농촌 마을 만들기 사업, 1사1촌 자매결연 사업, 식사랑·농사랑 사업, 농촌 걷기 열풍 등이 그 예이다.

이렇듯 지방자치시대 농정에 대한 공과가 있겠지만, 농업·농촌의 지속적인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다. 농업·농촌이 발전으로 가느냐 쇠락으로 가느냐의 결과는 결국 그 지역의 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자체 단위의 농촌·농업·농업인의 혁신을 통해 농업·농촌의 안정성과 지속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뚜렷한 미래 목표와 비전을 가져야 한다. 충청남도의 ‘3농 혁신 프로젝트’ 추진이 좋은 사례이다.

특히 지방 정부, 생산자 단체, 농업인, 전문가가 함께 지역 농업·농촌의 지속 발전을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토론할 수 있는 하의상달식의 거버넌스(협치) 강화가 중요하다. 농촌 개발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농촌 지역 사회의 민주화 정도, 주민 참여의 질적 수준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농업인의 거시적 안목을 넓히기 위해 제주시와 농협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성공대학은 훌륭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 주도의 내생적 발전과 예산이나 인력을 외부에 의존하는 외생적 발전의 균형을 통해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추진 동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국·지방비 매칭 방식에 의한 예산 지원 방식을 일부 조정해 재정이 부족한 농업 예산에 대해서는 매칭 비율을 완화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농업·농촌 정책을 평가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피드백 프로그램도 반드시 작동돼야 한다. 낙천리 의자공원 내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망설일 것도 물러설 곳도 없는 농촌의 현실이기에 우리의 꿈이 곧 삶이 되게 할 것입니다’ 지방자치제 부활 20년을 넘어 새로운 50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농업·농촌의 발전은 그만큼 절박하고, 그래서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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