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스포츠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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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문. 제주도 야구연합회 회장
2013년도 예산안이 발표됐다. 제주특별자치도 스포츠대회 사업비를 살펴보니 또 삭감 편성됐다.

스포츠대회 예산은 2010년까지 매년마다 꾸준히 상승해 약 80억원대로 정점을 이루다가 2011년부터 대회 사업비의 거품이 빠지면서 3년 동안 무려 약 40억원 이상이 삭감된 셈이다.

제주도 전체 예산 대비 스포츠대회 예산은 2010년도 0.38%였는데 반해 2013년은 0.1%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스포츠를 산업으로 분류하며 타 시·도 보다 앞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무공해 청정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를 벤치마킹하며 스포츠 산업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다른 지방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오히려 역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소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전라남도 강진군은 스포츠기획팀을 스포츠산업단으로 격상시켰으며, 2012년의 경우 스포츠대회 예산도 전체 예산의 1.6%를 배정해 각종 대회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인구 4만3000명의 강진군 스포츠 대회 예산이 인구 58만 명의 제주특별자치도의 39억5500만원 보다 불과 3400만원 적은 39억2100만원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진군은 지난해 22개 대회를 유치, 연인원 22만 여 명을 불러들여 200억 여 원의 직간접 경제효과를 거뒀다. 올해 또한 제48회 춘계 한국중등(U-15)축구연맹전 등 21개 대회를 유치해 명실공히 대한민국 스포츠 메카로서 그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실시한 공공우수체육시설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사계절 스포츠 메카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군민들에게 경제적 보탬이 되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경상남도 남해군도 스포츠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다. 김두관 군수 당시 남해가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농수축산과 문화관광산업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고 판단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연간 200억 정도 소득을 창출했다. 남해 최대 소득 작목인 마늘을 능가할 정도니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이다. 7년 간 스포츠 마케팅 산업을 일으킨 성과가 1400억원을 넘는다. 스포츠 산업과 자연친화적 정책을 통해 남해의 브랜드가치를 높인 성과로 ‘스포츠 낙원’이라는 별칭을 하나 더 얻은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 스포츠 산업이 1차 산업의 조수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제주도 전체 생산량의 24%를 차지하는 1차 산업을 따라 잡을 수 있는 근본이 일찌감치 스포츠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던 결과라 하겠다.

매년 언론이나 단체장 회의를 통해 스포츠대회 예산 편성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건의도 해 보지만 오히려 매년 삭감되는 것은 납득이 안 간다. 증액을 통해 무공해 청정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에서 내리 3년간 삭감한다는 것은 스포츠산업에 손을 놓겠다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특히 다른 시·도에서는 제주도에서 성공한 각종 스포츠 대회들을 자기 시·도로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기에 제주도 스포츠 산업의 위기감은 배가된다고 할 것이다.

어제부터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013년도 예산을 심의하게 된다. 위기에 빠진 제주 스포츠 산업의 성장 동력을 불어 넣어 주기를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잘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지 못 할망정 고삐를 잡아 당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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