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가 많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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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영. 제주한라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현대사회에서의 선진화는 과학기술의 진보, 기술혁신, 산업구조의 고도화, 경제성장, 사회개혁(사회변동)이란 경로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과학기술과 경제·사회, 교육 사이에는 밀접하고 복잡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 사이에는 기초과학의 발전이 신기술을 낳고 기술 진보가 기초과학의 발전을 촉진하는 상관관계가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대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생산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 결과로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이 일어나 국민생활이 향상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앞세워 당장 실용화할 수 있는 응용과학 및 기술 개발에만 투자하고, 기초과학 분야를 소홀히 해 왔다. 그 결과가 과학 기술력의 신장이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에 놓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운영되던 일부 과학고에서 졸업생의 30~40%가 의과대학에 진학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과학 영재의 상당수가 이공계 진학보다 의대를 진학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미 사회는 이공계 출신자에 대한 암묵적 차별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는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 의대 만큼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과대 같은 경우는 사회 진출의 폭이 너무나 좁아 대부분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회사에 취업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의사, 변호사 등에 비해 이공계 출신의 과학자와 기술자에 대한 차별적인 사회 인식과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인 보상이 불확실하다.

유명 이공계열 대학에서 미등록 사태가 발생하고, 이공계 휴학생이 대거 나타나는 등 이공계 기피 현상을 알리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겨났다. 국내 최고 연구중심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매년 자퇴생이 늘어나고, 자퇴생 10명 중 5명 꼴로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라는 조사 자료가 발표되었다. 사회적 대우에 대한 부담으로 이공계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있다. 얼마 전에 이웃나라 일본에서 16번째 노벨과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고 배도 아프고 부럽기도 하였다. 일본의 약진을 놓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논의가 한창 있었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적어도 10년 내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낮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전망은 어둡다. 국부의 원천인 기초과학 인력 풀이나 과학·기술연구 환경이 턱없이 열악한 탓이다. 일본의 노벨상 과학 경쟁력의 주 원동력은 기초과학의 가치와 생리를 이해하고, 풀뿌리 과학자들을 믿고 지원하되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아직도 독자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인력을 개발하기보다는 당장 필요하면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서라도 기술을 수입하거나 인력을 고용하면 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 또한 이공계 출신자들이 설 자리를 좁히고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공계 인력 양성 없이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없고, 과학기술 발전 없이 국가발전을 논할 수 없다. 이공계 인력은 국가발전과 기업 성장의 희망이다. 정부와 기업이 기초과학의 가치와 생리를 이해하고 이공계 인력에 대한 직업 안정성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하여, 우리나라가 과학도가 많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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