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제주흑우 복제기술로 살아나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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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필 교수팀, 복제소 3마리 탄생...대량 증식 길 열어
▲ 흑영돌이.
제주흑우는 기원전 2000년부터 제주도에서만 사육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에서 출토된 소뼈 등을 근거로 청동기시대부터 가축화가 진행된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제주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해 온 제주흑우는 일제시대의 반출과 1980년대 육량 위주의 정책에 밀려 멸종 위기에 놓였다. 현재 암컷은 759마리에 불과해 멸종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소의 평균수명은 15년에 남짓해 아무리 뛰어난 제주흑우라도 자자손손 대를 잇는 것은 쉽지 않다. 전체 개체 수도 1300마리에 불과해 구제역이라도 퍼진다면 전멸 위기에 놓인 상태다.

2009년 3월 희소식이 전해졌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 씨수소 1호인 ‘흑영돌이’를 탄생시켰다.

멸종 위기에서 대량 증식의 길이 열린 것이다. 그의 아비는 가장 몸집이 컸던 씨수소였다. 현재 13살로 도축산진흥원에 살아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90세에 가깝다.

피는 못 속이는지 43개월령인 흑영돌이는 지금 800㎏의 우량한 몸집을 자랑하고 있다. 흑영돌이를 돌보는 송동환 연구원은 “토종흑우처럼 성격이 사납다.

엄청 흥분했을 때 다가갔다가 뿔에 받혀 죽을 뻔 한 적도 있다”며 “주위 암소를 건들면 화를 내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컨트롤하지 못 한다”고 털어놨다.

2009년 9월엔 죽은 소가 부활했다. 2008년 노령으로 도축된 씨수소의 귀 세포를 떼어내 냉동 보관하다 이를 복제한 ‘흑올돌이’가 태어났다.

그의 아비는 도내 7마리 씨수소 가운데 1등급 이상 송아지 출현능력이 가장 탁월해 시가로 2억5000만원에 달했었다. 최우량 정자를 생산했던 죽은 씨수소가 부활한 게 흑올돌이다.

38개월령에 접어든 흑올돌이의 정자를 분석한 결과, 아비를 뛰어넘어 양질의 ‘슈퍼 정자’를 생산하고 있으며, 몸무게는 700㎏을 유지하고 있다.

씨수소의 복제는 연이어 성공했으나 가축 개량과 우수 유전자원 확보를 위해선 씨암소의 종복원이 절실히 요구돼 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2010년 10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흑우순이’다. 어미는 1994년 태어나 14세인 2008년 노령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산육 능력이 가장 뛰어난 씨암소를 죽은 지 3년 뒤에 부활시킨 셈이다.

흑우순이는 박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확립한 초급속 냉·해동 신기술이 접목돼 화제를 모았다.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접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6월 과천 청사에서 브리핑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흑우순이는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플래시 세례를 받게 됐다.

그런데 구제역 여파로 과천으로 가지 못했고, 대신 기자회견은 제주와 과천 2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생명과학의 핵심 화두인 유전자와 원시 생식세포를 만드는 ‘간세포’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박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전공했다.

2006년 모교인 제주대로 발령을 받은 후 ‘제주흑우의 대량 증식기술 개발 및 산업화’가 국가 연구과제로 채택돼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와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가 핵심 브레인으로 참여했다.

당시 10대 국가 연구과제로 제주흑우가 뽑히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내의 많은 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제주흑우를 탐내면서 과학계에선 견제가 심했었다.

예전에 정부 지원 연구과제에서 번번이 탈락한 이유였다. 또 학계에선 멸종 위기로 번식 기반이 많지 않은 제주흑우의 대량 증식에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박 교수가 “제주에만 있는 토종 흑우를 지금 살려내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며 심사위원들을 설득한 끝에 연구과제로 채택될 수 있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제주특별자치도가 조례로 제주흑우 반출(정자 포함)을 엄격히 금하면서, 제주도 밖에선 연구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박 교수가 모교에 부임한 타이밍과 맞물려 제주흑우가 제주도에서 연구를 꽃피우게 된 데는 조례도 한 몫을 했다.

입방아에 올랐던 복제소 논란과 관련, 박 교수는 “제주흑우 복원은 GMO(유전자변형농산물)처럼 유전자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조작과 변형 없이 소의 유전형질을 100% 그대로 물려준 것”이라며 “복제소 1호인 흑영돌이와 축산진흥원에 살아있는 그의 아버지를 옆에 놓으면 똑같은 모습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제소들은 대대로 물려준 우수한 형질을 물려받아 뛰어난 자질을 가졌지만 법 개정이 안 돼 농가에 씨를 보급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끝으로 “5개년 사업으로 진행한 제주흑우 연구는 내년에 마무리 된다”며 “세계적인 첨단 생명기술이 제주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돼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사진설명=박세필 연구팀) 제주흑우를 복제해 낸 주역들이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서울 부설연구소에 모였다. 오른쪽부터 박세필 교수, 김은영 소장, 박민지·한영준·노다영·이은비·김연옥 연구원.

(사진설명=흑올돌이와 흑우순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농가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는 복제 씨수소 흑올돌이(왼쪽)와 씨암소 흑우순이(오른쪽).

(사진설명=흑영돌이) 800㎏의 우람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복제 씨수호 1호 흑영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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