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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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 회장 / 시인
반세기 전통의 ‘탐라문화제’를 부정하고 위축시킨 정체불명의 ‘2012 탐라대전’은 아직도 부러진 날개를 접지 못한 채 서성대는 모양이다. 필자는 이 사건에 대해 누차 본란을 통해 그 부당성을 지적해왔지만 감감소식이었다. 마땅히 읽었을 관계공무원들의 무반응은, 소통이 막힌 무소불위의 군주시대를 연상케 했다.

자고로 고위 공직자는 측근에 자기사람들을 심지 말라고 했다. 눈과 귀를 가리고 언로를 차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이를 모를 까닭이 없을 터인데도, 측근이나 선거공신들의 논공행상이 지금도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고, 또 앞으로 그 후유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더더욱 놀라운 것은,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예총을 비롯한 산하단체 구성원들의 무반응이다. 예총의 존재가치인 ‘탐라문화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는 필자를 어리둥절케 했다.

지난 10월 예총 관련 모 인사 댁에 자녀결혼식이 있어서 필자도 참석한 바 있었다. 점심시간 무렵이어서 그런지 꽤 하객들이 붐볐고, 따로 약속이 없었는데도 강창화 예총회장과, 부재호 사무처장 등 몇몇 예술계 인사들과 피로연 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강 회장은 필자를 보더니 민망한 듯 주저하다가 “신문에 쓴 글 잘 읽었수다”하고 먼저 말을 거는 것이었다. 필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음고생들이 많았을 것이주만, 그나저나 만신창이가 된 ‘예총’이나‘탐라문화제’는 어떵들 헐 것꽈?”하고 다그쳤다. 동석한 예총회장 출신 K씨도 “이젠 예총도 해체해블랜 허는 거 아니라?”하고 거들었다. 이에 강 회장은 단호히 “아니라 마씸! 우 지사가 탐라대전 끝나고 나서 간부회의에서 ‘탐라문화제’에 긍정적인 언급이 있었으니까 ‘전화위복’이 될 거 담수다”하고 기다려보자는 투였다.

역시 한 사람, 도백의 입만 바라보는 딱한 신세가 되어버린 서예대가(書藝大家) 강 회장의 모습이 한량없이 안쓰러워 보였지만, 전화위복! 이 한마디에 거는 기대는 큰 것이었다. 좌중을 평정한 한가닥 희망을 안고 귀가해, 한 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 어인 ‘아닌 밤중에 홍두깨’인가. 11월 19일 실시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국 행정사무감사에서 ‘2012 탐라대전’감사결과를 도내·외 언론들이 일제히 대서특필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26억 쏟아 부은 탐라대전…남은 건 고작 덕판배 하나?”-헤드라인 제주, 제주 탐라대전 “실패·졸속”집중포화-연합뉴스, “고집스런 행정이 실패요인”-뉴스제주…등

거의가 한목소리로 ‘2012 탐라대전’을‘1회성 실패한 축제’로 보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피 감사자인 문화관광스포츠국 한동주 국장은 “처음 하는 행사다 보니 도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도 다소 있었지만, 기대효과를 충족시켰다는 평가”라고 자평하면서, “탐라대전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조직 신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면서 축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패한 축제’라는 의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또 며칠이 지난 11월 28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도정질문에 답변하는 자리에서, 우근민 지사는 예산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탐라대전에 대해서 “탐라문화와 세계자연보존총회, 유네스코 3관왕, 세계 7대 자연경관 등의 시너지효과를 거두려고 했다. 천재지변으로 일단 행사가 만족스럽지는 않다”면서도 “하루아침에 하는 것이 아니다. 종전의 사고로 가면 안 된다”며 지속 추진의지를 밝혔다는 보도다. 예총 강 회장이 내세운 ‘전화위복’이 도로무공(徒勞無功)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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