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토요일 휴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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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택 의사 / 논설위원
휴일도 없이 그날그날 먹고 사는 나라들을 후진국이라 하고, 노는 날까지 갖춰 비축하며 살아가는 나라들을 선진국이라고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데스크를 지키고 앉은 소아과나 내과의사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먹을 것은 구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의사들도 토요일 쉬겠다며 ‘주5일 근무’를 조용히 주장하고 나섰다. 앞으로 전국의 의원들은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토요일에는 진료를 하지 않게 된다. 기업체마다 이미 주5일제가 자리 잡은 지금, 개인의원은 규모가 작아 아직 법적 주5일 근무의무 사업장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주장도 드세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원의들은 가정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주말에 놀지 않는다고 원성을 사고 있다. 건강보험이 없던 시절에는 의사들은 찾아오는 병자만 보아도 먹고 살 수 있었다. 야간당직은 될 수록 아니 했고 공휴일에는 놀았다. 그래도 병자는 의사를 존경했고 의사의 오더에 순응했다.

의료보험에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나서 의사 사회가 복잡하게 되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 동안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누는 이분법이 창궐하자 의사들을 ‘가진 자’로 분류하여 적대시했다. 의사들이 소시민보다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의료정책을 사회주의화하여 저수가로 평준화하고, 하루 보는 환자수를 75명으로 제한하니 일요일에도 환자를 보는 의원이 생기게 된 것이다. 능력 있는 의사나 능력 없는 의사나 꼭 같이 취급하고 있으므로 토요일 문을 닫고 싶어도 다른 의원이 진료를 하니까 놀지 못한다. 그러니 휴일도 없이 일해 봤자 먹고 살기가 힘들어 한국의 개원의들이 불쌍하게 되었다.

유독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의료수가(醫療酬價)를 제한하고 그나마 원가 이하의 저수가여서 환자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불성실 진료를 하고, 과잉진료를 하게 되고, 존경과 신뢰를 잃고 있다. 저수가 때문에 전공의들은 주 100시간의 저가 노동자 신세이며, 의사들은 지식에 기반한 행위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여 제 삶이 아니다. 저수가 때문에 병자를 보아서는 돈이 안 되므로 젊은 의사들은 나이롱환자나 미용 쪽에 눈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토요일 휴진이 싸움거리가 되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이다.

저수가 제도로 인해 가속화하는 의료의 왜곡과 의료의 질 하락을 그만두고, 의료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켜 국민건강의 증진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의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전문가적 양심에 따라 진료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마련하자는, 말하자면 근본적 제도개선을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의사들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진료수가결정구조를 개선하기 전에는 의사의 앞길이 좋아질 수 없다. 의료수가 인상폭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니, 의사단체와 정부가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비용의 하락은 반드시 서비스 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원리가 있다. 의사가 가난하거나 의사를 경제적인 위험에 빠뜨려버리면 병자의 생명이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를 방해하거나 위축시키는 일은 죄악에 가까운 일이다. 의사를 사회적으로 대우하자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까닭이다. 의사는 쉽게 돈 버는 직업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 고통이 따르는 직업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노력한 만큼 돈으로 보상 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죽어라 일만하는 개원의들은 일상에서 좀처럼 여유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의사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지금, 의사단체는 잘못된 의료정책을 저지하고 새 정부에 새 의료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보고 있다. 주5일 근무가 대세다. 의사들에게도 주5일 근무를 용인해줘야 한다. 그리고 일을 한만큼 보상해 줘야 한다. 일만 해서는 행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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