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서투름을 아는 사람
자신의 서투름을 아는 사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가영 수필가 / 논설위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고 할 때 대개는 자신의 맹점을 찾아내려고 한다. 보통 성격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우유부단, 소극적, 융통성이 없다. 의존심이 강하다 소심하다 등으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은 결코 너의 결점만을 알라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두 말할 것도 없이 결점이라고 생각되는 평가도 마이너스 면만이 아니라 플러스의 면도 있다. 우유부단은 신중, 소극적인 것은 사려 깊음, 유능하지 못한 것은 타협성, 융통성이 없다는 것은 성실성이라는 그런 식으로 말이다.

링컨은 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우유부단했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의외다.

그야말로 가장 칭찬받는 우수한 대통령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링컨은 남북전쟁 중에 노예해방선언을 발표해서 ‘노예해방의 아버지’라고 불리지 않았던가.

그 사실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인류의 행복, 평등을 희구하고 확고한 신념으로 정책을 세우고 실행한 더 없이 유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머리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의외의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각료 대부분이 링컨보다 자신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링컨 자신도 측근에게 “나의 정책은 정책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링컨은 처음부터 인류차별을 파발하려는 이념에서 정책을 세워 노예제도를 폐지하려던 게 아니었다. 남부와 북부의 균형이 깨지고 연방제도가 무너지는 걸 링컨은 가장 두려워하고 걱정했다.

남북전쟁이 시작되고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진 후 그걸 타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예해방 선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가 납득이 가는 건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그런 인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위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 하는 반론도 나온다.

원래 어떤 인간도 그 평가는 나눠지기 마련이다. 링컨이 다소 무능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통령으로 뽑힌 이상 그에게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만의 비범함이 있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예를 들어 다른 각료보다 리더십이나 정책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해도 그들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그 무엇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맹점을 솔직하게 수용하고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우리들은 보통 자신의 결점을 감추려고 한다. 때로는 포장하고 손과 득을 계산하면서 헤아리기 때문에 매사에 소극적이 되기도 한다. 범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링컨은 달랐다.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각료들의 의견을 잘 듣고 협조하려고 노력했다. 그에게 가장 큰 무기는 겸손이었다.

자신이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의 얘기를 반 밖에 듣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이든 자기 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타인에게 맡기질 않는다. 자신이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그 결과 주위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그들은 떠나간다. 재주가 있는 사람일수록 안타깝게도 그런 걸 눈치 채지 못한다.

링컨은 자신을 유능한 인간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인정했기에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하소연을 진심으로 듣고 정책으로 반영했다.

선거 때만 되면 귀 기울이는 척하다 끝나면 ‘마이동풍’이 되는 이 나라의 정치가와는 사뭇 다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