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병, 알코올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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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언 의사 / 논설위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음주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1년 동안 음주한 사람 중에서 남자의 경우 한 번의 술자리에서 7잔 이상,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신다고 응답한 분율로 정의되는 고위험음주율이 남자 36.2%, 여자 9.1%로 남녀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적당한 음주는 기분을 좋게 해주고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하며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열어주어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준다.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축제, 관혼상제, 종교의식에서 사용돼 왔으며 인간의 기본 정서인 희로애락과 함께 삶을 정화 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적당한 음주는 심장마비 예방효과나 뇌졸중 예방효과와 같이 심혈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한중독정신의학회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적 요소까지 고려하여 발표한 적당한 음주의 개념은 일주일에 알코올 36그램을 넘지 않는 음주를 말한다. 술로 치면 각 술의 표준잔 3잔을 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사교나 대화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 취한다는 것은 술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필름이 끊기고, 판단력의 문제가 생기고, 충동조절의 문제가 생기고, 울고불고 하는 것 모두 술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애주가들이 아무리 술을 기호식품이니 음식의 일부니 주장해도 결국 술은 약리학적으로 중추신경억제제로 작용을 한다.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면 뇌세포의 미세한 손상이 중첩되게 되고 결국은 구조적 이상까지 초래하게 된다.

알코올중독을 의지력 부족이라든가 도덕적 문제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핵심은 뇌 기능의 문제로 흔히 쾌감중추라고 하는 뇌의 보상중추체계와 회로, 그리고 여기에 작용하는 신경화학적 기전의 병적 변화이다. 병적으로 쾌감과 보상을 추구하는 기전이 알코올 중독이 자주 재발하는 이유다. 쾌감을 추구하고 불쾌감을 피하고자하는 행동은 인간의 본성이며 대부분의 경우 정상적이고 건강한 인간의 행동 특성이지만 문제는 그러한 보상 추구행위가 지나쳐서 강박적으로나 충동적으로 집착하다보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져 생활의 다른 영역까지 침해하게 되고 그 개인의 모든 삶 자체를 지배해버리는 꼴이 되어 계속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무기력해진다.

이렇게 되면 쾌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불쾌와 고통을 없애기 위하여 술을 마시게 되는 행동을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한두번 느끼기 시작하면 나름대로 조절해 보려하고 끊어보려고 시도하지만 술, 담배, 도박, 인터넷,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일단 중독이 되어버린 후에는 끊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해로움을 뻔히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의지력이 부족한 사람 같아 괴롭다.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고 몇 번씩이나 맹세를 하고 나서도 약속을 어기고 다시 전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가족들 입장에서는 괘씸하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동안 점점 알코올의 문제를 축소화하고 합리화하여 마치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부정하는 심리가 생겨난다. 또는 알코올 중독을 고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알코올 중독은 뇌의 병이라 하루아침에 나을 수는 없지만 재활을 위한 치료를 꾸준히 하여 회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뇌의 신경화학적 문제로 인한 병적 쾌감추구라는 알코올 중독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근거한 합당한 치료와 노력이 필요하며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관대한 음주문화의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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